리브레리아Q 책방 추천책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
조해진 지음 / 곽지선 그림 / 216쪽 / 14,000원 / 마음산책
나는 불안이 많은 아이였다. 밤에 자려고 누우면 천장이 나를 향해 내려오는 상상을 했다. ‘자는 동안 머리맡에 있는 책장이 내 얼굴로 떨어지지는 않을까?’에서 시작된 생각은 ‘건물 전체가 무너지는 건 아닐까?’까지 끝없이 이어지곤 했다. 세상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구나, 핀잔을 들은 후로 이런 걱정들은 점차 속으로만 삼키게 되었으나 어른이 되고 나니 기후문제에서 시작된 걱정까지 몰려왔다. 불안 때문인지 몸이 정말로 예민하게 반응하기 시작했고 미세먼지 수치를 확인하기도 전에 냄새와 두통으로 나쁨의 정도를 감지할 수 있을 정도였다.
지구 종말이나 자연재해가 소재가 된 영화를 보면 화학물질을 버려서 괴물이 만들어지고, 빙하가 녹아 지구가 다 얼어버리고, 정체불명의 별들이 지구를 향해 날아와도 사람들은 살아남는다. 괴물에 맞서는 영웅이 있고, 아빠 말을 기억했다가 기어이 살아남는 청소년이 있으며, 별에 자기 몸을 충돌시켜 지구로 오기 전에 터뜨려버리는 우주 조종사가 있으므로 영화 속 지구는 안전하다. 하지만 최근에 본 영화 「돈 룩 업」은 조금 달랐다. 이용하려는 자와 이용당하는 자들이 실타래처럼 얽힌 가운데 미확인 행성과 지구의 충돌일은 다가오고, 저마다 선택한 자리에서 마지막 날을 맞이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영웅도, 절대 죽지 않는 아빠도, 현명한 지도자도 없었으므로 지구는 안전하지 않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현실에 가까운 시나리오였는지도 모른다.
지구를 향해 초속 20킬로미터의 속도로 달려오는 행성 X가 있고, 이 행성의 크기는 지름이 5킬로미터이며, 그 말은 지구의 완전한 파괴를 의미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게다가 그날이 불과 세 달 뒤로 밝혀졌다면?
이것은 『우리에게 허락된 미래』에 실린 단편 중 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의 설정이다. 주인공 이경은 오래 만나지 않은 연인과 결혼식장 예약을 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 소식을 뉴스 속보로 듣게 된다. 그 후 그와는 연락이 닿지 않게 되고 이경은 오래전 헤어졌던 현석을 찾아간다. 그러는 사이 어떤 사람들은 아무 일도 없는 듯 매일 회사에 나가고, 동료들과 식사를 하고, 예정되어 있던 식당 개업을 하고, 아이를 낳을 준비를 하며 지낸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두려움에, 혹은 분노에 스스로 삶을 닫는다.
이어지는 다른 이야기들도 썩 밝은 내용은 아니다.
바이러스의 습격과 팬데믹 속에 드러나고야 마는 사람들의 맨얼굴, 사람이 사람을 배신하고 억압하는 이야기, 대재앙이 가까워진 시대에 부와 권력의 척도에 따라 나누어진 삶.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이지만 낯설지가 않다.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SF문학이 활발한 때라고 한다. 부대끼며 살아가는 게 지긋지긋해진 사람들은 미지와 환상의 세계를 그리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그 장르를 개척한 작가들도 그들이 살던 현실로는 만족하지 않았기에 다른 세계를 상상할 수 있었던 것처럼.
사람이 지니고 살아가야 하는 근본적인 태도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며 다들 달려가는 방향이 맞는 거냐고 물어오는 이야기.
정말 지구의 끝이 다가온다면 우리는 누구와 함께 어떤 모습으로 각자의 마지막을 맞이할까.
정한샘_리브레리아Q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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