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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을 말하는 깻잎의 이면

리브레리아Q 책방 추천책

by 행복한독서

깻잎 투쟁기

우춘희 지음 / 250쪽 / 16,000원 / 교양인



언제부터였을까. 모든 곳에서 깻잎 이야기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른바 깻잎 논쟁이었다. 이야기가 처음 나온 지 3~4년이 지났으니 시들해질 법도 한데 계속해서 다양한 곳에서 이 논쟁을 소비하고 있었다. 문득 궁금해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한다는 건 그만큼 우리 식탁에 깻잎이 자주 올라오고 친근하게 먹는 반찬이라는 것일 텐데, 그 많은 깻잎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주인권 활동가이자 연구자인 우춘희 작가는 이 책 『깻잎 투쟁기』를 통해 우리 밥상 위의 인권을 말하려고 했다는 말로 책을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책을 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알게 되었다. 그 많은 깻잎은 이주노동자의 손끝에서 온다는 사실을.


서른한 살 캄보디아 여성 노동자 속헹 씨는 2020년 12월 20일, 영하 18도의 날씨에 난방이 끊긴 가설건축물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되었다. 가설건축물은 속헹 씨가 한국에서 살던 집이었고, 그 집은 비닐하우스 안에 얇은 샌드위치패널로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기숙사비까지 내며 생활하면서도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고 일하는 노동자는 속헹 씨뿐만이 아니었다. 속헹 씨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책은 우리가 듣고 보려고 노력할 때에야 비로소 다가오는 이야기들을 계속해서 알려준다.


임금 체불을 신고한 이주노동자의 수는 2016년 21,482명에서 2020년 31,498명으로 5년 만에 1.5배가 늘었으며, 체불 금액은 1.9배가 올랐다고 한다. 고립과 임금 체불, 학대와 갈취, 정서적·육체적 폭력에 노출된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을 전해주며 성실 근로자 제도, 사업자 변경 제도 등 뉴스에 나왔다 해도 짧게 스치고 지나가 정작 깻잎을 즐겨 먹는 사람들은 전혀 생각도 못할 노동 현장을 잘 정리된 수치와 통계 그리고 단정한 문체로 전달해주는 책이다.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내국인 노동자가 그 자리를 채워야만 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이다. 내국인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보다 인건비가 높고, 높은 인건비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며, 그 결과는 소비자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그러니 ‘못사는’ 나라를 떠나와 먹고살기 편한 한국에서 일을 하게 해주었으므로 노동자가 자신들에게 고마워해야 한다는 고용주들의 말은 틀렸다. 오히려 내국인 노동자가 떠난 자리를 이주노동자들이 메꾸어주고 그 노동력의 혜택을 소비자가 받고 있으니 우리 모두가 고마워하고 존중해야 한다. 그들에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고, 그들의 노동력을 값싸게 공급받는 것이 팩트이다. 그리고 팩트를 전해주는 이런 책이 있어 너무나 감사하지만 사실은 이런 책이 나오지 않는 나라여야 옳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도 나는 깻잎을 먹었다. 도시락 반찬으로 반려인이 싸준 것이다. 깻잎을 좋아해 파스타에도 넣고 생으로 밥과 된장을 싸 먹기도 하고, 고춧가루에 재어 김치로 만들어 먹기도 하며 1년 내내 먹어왔지만 어제까지는 몰랐던 깻잎의 이면을 본다. 이 깻잎이 내게 오기까지 애쓴 노동자는 어디에 살고 있을까. 부디 얇은 비닐하우스 안에 지은 집은 아니기를, 자신의 노동에 합당한 대우를 받았기를 바란다.



정한샘_리브레리아Q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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