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레리아Q 책방 추천책
언니의 비밀계정
김도치, 서반다 지음 / 212쪽 / 13,000원 / 이봄
매일 아침 가장 먼저 하는 일 중 하나가 SNS 확인이다. 팔로잉 계정이 많지 않아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지만 그중에서도 혹시 새 소식을 놓칠까 싶어 즐겨찾기라는 기능을 이용해 야무지게 챙겨보는 계정이 있다. 바로 ‘읽는 페미’라는 계정이다. 페미니즘 도서만 읽고 소개할 것 같은 이름을 가진 이 계정이 시작되었을 때 우연히 알게 된 후 쭉 팔로잉 중이다.
거의 매일 꾸준히 올라오는 게시물을 보며 팔로워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것을 다 보았으니 어떤 의미로는 계정의 성장을 지켜보았다고 말할 수 있다. 소개하고 싶은 책이 겹치거나, 이 계정을 통해 소개한 책을 찾아 읽으며 페미니즘을 알게 되었다는 댓글들을 읽을 때면 내 일처럼 뿌듯했다. 하지만 계정의 팔로워가 늘어남에 따라 어느 날부터인가 눈살이 찌푸려지는 댓글들이 달리기 시작했다. 새 글이 올라올 때마다 관심을 가지고 보면서도 계정주가 누구인지 생각해보지는 않았었는데 댓글창이 어지러운 날이면 걱정이 되었다.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우려하는 마음으로 다시 들어가 보았을 때 댓글들이 정리되어 있거나 새 글이 올라와 있으면 마음이 놓였지만 따로 받는 위협의 메시지는 얼마나 많을까, 댓글 관리에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들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대체 이 불편을 감수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궁금해질 때쯤 이 책이 출간되었다. 계정의 운영자인 김도치와 직장 동료인 서반다가 나눈 우정의 편지들이면서 동시에 보통 여자들이 살면서 매일 마주하는 모습들이며, 서로를 지지하며 나아가는 다정한 일상의 이야기들이라 할 수 있겠다.
나도 편지의 힘을 조금은 알고 있다. 말로 했을 때 내용이 바뀌고 오해가 생기던 상황들도 글로 정리하니 진짜로 하고 싶었던 말에 가까워지곤 했다. 편지의 대상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고 그 대상이 나를 신뢰한다면 편지가 가진 힘은 더욱 커지기 마련이다. 그래서일까. 애정과 신뢰가 가득한 이 책을 읽다 보니 나도 모르게 페이지 옆에 내 이야기를 적어 답장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했다. 페미니즘을 처음 알게 되었을 때 수많은 오해와 마주했고 내 마음을 이야기했을 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과 사이가 어색해지기도 했다. 하지만 반대로 더욱 가까워지거나 안전함을 느끼는 관계로 발전한 사람들도 있다. 페미니즘을 몰랐을 때 겪었던 여러 형태의 폭력의 기억은 비슷한 폭력을 겪어본 여성들과의 대화를 통해 조금씩 희미해져 갔다. 우리는 우리가 겪은 일들을 더욱 많이, 제대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으며 그렇기에 솔직한 대화가 담긴 이 책이 더욱 반갑다.
『언니의 비밀계정』의 부제는 ‘주눅 든 나를 일으켜줄 오늘의 편지’다. 아무 보상도 없이 책을 읽고 마음에 남는 문장을 발췌해 카드로 정리해 올리는 수고스러운 하루 끝에는 고단함이 따를 텐데, 이런 편지를 주고받는 동료가 있다니 어쩐지 안심이 된다. 걱정은 잠시 내려놓고 그저 연대하는 마음으로 좋은 책을 소개해 줄 때마다 열심히 ‘좋아요’를 눌러야겠다. 당신의 용기가 우리를 이어주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정한샘_리브레리아Q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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