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를 읽으려면

경기서적 책방지기 추천책

by 행복한독서

마음의 문법

이승욱 지음 / 231쪽 / 14,000원 / 돌베개



오래전 유행처럼 번지던 혈액형별 성격 파악이 요즈음 들어서는 MBTI를 통해 번지고 있는 듯하다. 초면임에도 어렵지 않게 통성명과 함께 MBTI를 나누며 친해지는 세상이다. 과학적 근거의 유무를 떠나 수많은 심리테스트들은 내 마음이 어떠한지 궁금해하는 우리들의 마음을 마치 심리적으로 잘 꾀어내는 듯하다. 그것은 어쩌면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가 어떤 형태로든 자기 자신의 마음이 어떤 모양, 어떤 모습인지를 가만히 들여다볼 여유가 없어 그러한 작은 재미로라도 갈망을 해소하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인간의 모든 증상은 하나의 메시지이다.” (43쪽)


우리는 자주 ‘우울해’하고 ‘불안해’한다. 라떼족들이 들으면 무기력의 늪에 빠져 한심하게 허우적대는 모습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불안과 우울 등은 단어 자체가 아무렇지 않게 남발된다기보다 정말로 마음이 지쳐버려 마치 해소되지 않는 갈증 탓에 헛배는 불러오고 맹물은 자꾸만 먹히는 것과 같이 너무 흔해져버렸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사회는 도처에 우울과 불안의 덫이 깔려있다. 많은 것들이 급변하고 너무 많은 것들이 함부로 나를 규정한다. 내가 나를 들여다볼 여유조차 쉬 생기지 않는다. 내 감정을 잠깐 멀리 던져두거나 어딘가에 구겨 넣고는 다른 것을 돌보아야 하는 비정상의 증상들로 가득하다.

그러다 보니 자기 배려가 필요한 순간을 놓치기도 한다. 내 몸과 마음은 내게 많은 증상들을 메시지로 보내오는데 나는 자꾸 그것을 모른 체하거나 언젠가는 읽어야 할 메시지 내지는 스팸메시지로 치부해버리고 만다. 나를 잘 아는 나로 살기가 너무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음이 보내는 메시지를 읽기 위해 이 책은 내가 무엇을 했으면 할까. 물론 ‘내 마음’에 대한 자기계발서와 심리서, 에세이들이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이 책들은 대부분 나를 온전히 들여다보며 솔직하고 따뜻하게 대하라는 내용으로 모두 같아 보이지만, 수많은 내담자들을 마주하며 겪은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저자의 책은 마음의 문법을 헤아려야 하는 이들이 누구도 해당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나를 보여주고 사회를 비춘다. 옛 심리학자의 이론이나 거창한 계획표가 없어서 여유롭다. 나를 알기 쉽다.


무기력과 우울에 빠진 나부터 지나치게 착한 사람으로 사는 나, 사춘기의 나, 부모인 나, 어딘가에서 막돼먹었던 어설픈 갑이었던 나, 병든 사회에서 한날한시 꽃이 되어버린 나‘들’, 차별에 맞서고 서로 다른 가치를 가진 나까지 너무나 많은 내가 나온다. 거기에는 많은 종류의 나를 오랜 시간 만나며 이해해온 저자가 우리들 스스로 자기 감각 찾기와 표현 방식을 깨우도록 하고 있다. 이건 내 이야기라며 공감으로 맞잡은 두 손에 책을 잠시 내려놓는다든가 분노의 가슴을 치거나 눈물을 짜내거나 고개를 주억거리게도 하면서.


이제 더는 내 마음을 모르고 싶을 수가 없다. 부디 이 책을 부여잡고 자기 언어를 찾길 바란다.


이유리_경기서적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2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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