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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의 처음을 응원하며

by 행복한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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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엘함 아사디 글 / 실비에 벨로 그림 / 이승수 옮김 / 32쪽 / 19,000원 / 책빛



고대 페르시아 문화권에 해당하는 나라들은 지금도 3월 21일. 춘분을 ‘노루즈’라고 불러요. 우리가 설날에 가족들과 모여 음식과 정을 나누고 건강을 기원하는 것처럼 이 나라들은 춘분에 인사와 덕담을 주고받고 촛불과 거울을 들고 집 주변을 도는 전통 의식을 치르기도 합니다.


『첫눈』에서는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를 통해 처음과 기다리는 행복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소녀는 하늘에서 펑펑 내리는 함박눈을 한참 바라보다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에 집 안으로 들어갑니다. 할머니의 품에 안겨 눈에 대한 옛이야기를 들어요.


길고 탐스러운 머리칼을 가진 ‘나네 사르마’라는 여인은 한 남자를 기다립니다. 엄청난 힘과 따뜻한 기운을 가진 ‘노루즈’라는 남자였죠. 사람들은 노루즈는 봄의 온기를 가져온다고 믿었어요. 나네 사르마는 노루즈가 오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집 안 구석구석 먼지를 털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나네 사르마의 먼지를 눈이라고 불렀지요. 나네 사르마의 물뿌리개에서 나온 물방울은 비, 아름다운 목걸이가 풀려 떨어진 구슬은 우박이 되었습니다. 3월 21일이 다가오자, 나네 사르마 주변의 꽃과 새들이 깨어나기 시작했어요. 나네 사르마는 아름다운 제비의 노랫소리에 잠이 들었습니다. 노루즈가 찾아오는 꿈을 꾸면서요. 노루즈는 나네 사르마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지만 단잠을 깨울 수 없어 손가락에 장미 한 송이를 끼우고 조용히 떠나요. 잠에서 깨어난 나네 사르마는 먼지를 털어내고 꽃에 물을 주고 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봄을 가져올 노루즈를 기다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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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에는 처음이 있어요. 처음은 언제나 특별하게 기억되지요.”

『첫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여러분의 특별했던 처음은 언제인가요? 어떤 처음은 한 번만 찾아오기도 하고 봄처럼 여러 번 찾아오기도 합니다. 새해 바라던 무언가가 있다면 다가올 춘분에 희망을 한 번 더 가져볼까요? 여러분의 모든 처음을 응원할게요.


이 책은 두 가지 방법으로 읽어보세요. 먼저 그림만 살펴보기. 그림을 보며 이야기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마음을 사로잡는 색채에 취해 모노타이프 판화의 매력에 빠져보세요. 두 번째는 이야기를 감상해보세요. 할머니가 손녀에게 들려주는 옛이야기처럼 그림을 상상하며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노루즈를 기다리는 나네 사르마의 설렘과 잠든 나네 사르마를 깨울 수 없어 조용히 떠난 노루즈의 따뜻한 마음이 눈앞에 그려질 거예요.


차예지_예지책방 대표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3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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