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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성 가득한 그림책

by 행복한독서

바퀴 달린 ㄱㄴㄷ

조은수 글 / 안태형 그림 / 28쪽 / 13,000원 / 풀빛



저는 논픽션 그림책을 좋아합니다. 그중에서도 ABC 알파벳 그림책에 매료되었는데요. 외국에 유명한 그림책작가 대부분이 알파벳 그림책을 내더군요. 작가와 일러스트레이터가 협업하여 그들만의 고유한 세계와 주제가 돋보이는 알파벳 그림책이 매력적입니다.


알파벳이 있다면, 우리에게는 ㄱㄴㄷ 한글이 있지요. 우리나라에도 ‘ㄱㄴㄷ’ 닿소리 그림책과 ‘가나다’ 한글 그림책이 많이 있습니다. 새로운 한글 놀이를 보여주는 이수지의 『움직이는 ㄱㄴㄷ』, 친근한 한국적 그림을 그린 이억배의 『개구쟁이 ㄱㄴㄷ』이 대표적인 ㄱㄴㄷ 그림책입니다. 도시 속에서 새로운 놀이를 찾은 윤정미의 『도시 가나다』와 외국 작가 마달레나 모니스가 쓰고 그린 감정 그림책 『오늘 내 마음은…』도 인상 깊게 보았습니다. ㄱㄴㄷ 그림책은 한글 놀이와 수수께끼, 숨은그림찾기 삼박자를 다 담은 논픽션 그림책입니다.


최근에는 어린이의 시선이 돋보이는 『바퀴 달린 ㄱㄴㄷ』을 재미있게 보았는데요. 글과 그림 두 가지가 함께 진행되며 탄생한 이야기가 재미있습니다. 글 소재로 바퀴가 쓰였는데요, 바퀴라면 어린이들이 참 좋아하는 도구죠. 다양한 바퀴를 장착한 14개 닿소리가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짐작하기 힘들다는 게 신의 한 수입니다. 바퀴 달린 닿소리는 누구를 닮았나요? 우리 어린이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도 종이 인형으로 만들어진 어린이인데요. 약하고 어린 종이 인형은 서툴지만 용감하게 바퀴 달린 ㄱㄴㄷ을 타고 모험을 떠납니다. 이 바퀴는 구를지, 튈지 알 수가 없죠. 종이 인형이 바퀴 달린 ㄱㄴㄷ과 떠나는 모험이 만만치가 않을 겁니다. 독자는 『바퀴 달린 ㄱㄴㄷ』을 따라가며 자연스레 그들의 모험을 응원하게 됩니다.


종이 인형이 ‘ㄱ’ 타고 구불구불 기찻길로 가다가 ‘ㄴ’ 타고 나긋나긋 낮잠을 늘어지게 자고요. ‘ㄹ’ 타고 룰루랄라 라면을 먹다가 ‘ㅅ’ 타고 “사람 살려!” 사막을 거쳐 ‘ㅎ’까지 타고 떠나는 이야기가 흥미롭습니다.

동네6-바퀴 달린 ㄱㄴㄷ_본문.png

그림 소재로 쓰인 줄자나 끈, 선풍기에 날리는 휴지, 밀가루와 같은 실사 재료도 어린이가 참 좋아하는 재료입니다. 반짝이고 화려한 재료가 아니라, 어린이 시선이 닿는 작고 소박한 일상 재료가 쓰입니다. 주인공도 어린이가 만들었을 법한 종이 인형이고요. 이 일상 재료에 어린이가 그린 듯한 그림까지 숨어있어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어린이성이 가득한 그림책입니다.


반드시 양육자와 어린이가 함께 보면 좋겠습니다. 텍스트에서 지식을 습득하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이 큰 소리 내어 읽는 한글 첫 노출책이기도 합니다. 양육자와 어린이가 ㄱㄴㄷ이 안내하는 세계로 떠나 수수께끼를 풀고 그림 안에 숨어진 힌트와 숨은 그림을 찾습니다.

물론 어린이만을 위한 책이 아닙니다. 작가와 삽화가가 협업한 ㄱㄴㄷ 그림책은 주제나 예술적 구조를 탐색할 수 있는 기본 틀로 매우 정교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바퀴 달린 ㄱㄴㄷ』에서도 이를 발견하는 즐거움을 어린이와 함께 어른도 누려보시길 바랍니다.


고사리_돌멩이 수프 책방지기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3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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