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0번의 금요일』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452쪽 / 23,000원 / 온다프레스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 지음 / 424쪽 / 22,000원 / 온다프레스
『월간 십육일』 4·16재단 엮음 / 임진아 그림 / 296쪽 / 18,000원 / 사계절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 박내현 외 9인 지음 / 376쪽 / 22,000원 / 한겨레출판
사람들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에 유독 시선이 머무는 요즘이다.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년. ‘당신도 함께 기억하고 있군요.’ 반가운 마음으로 혼잣말을 해본다. 아픈 일은 잊는 것이 좋다지만, 어떤 아픔은 반드시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세월호 10주기에 맞춰 ‘아직도 기억해야 하냐?’는 질문에 답이 될 만한 책들이 출간됐다. 『520번의 금요일』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는 그 의미가 특히 남다르다.
4·16세월호참사 작가기록단은 2022년 봄부터 2년여 동안 안산시 단원고 피해자 가족 62명과 시민 55명을 총 148회 인터뷰하고, 관련 기록들을 종합했다. 『520번의 금요일』은 ‘세월호 10년의 총결산’이라 부를 만한 책이다.
책은 ‘그 섬’에서부터 시작한다. 동거차도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품고 가족을 기다리던 이들이 인양 과정을 살피러 텐트를 설치한다. 이후 세월호를 인양하고, 가족들이 대책위를 조직하고, 진상규명을 위해 투쟁하고, 세월호를 지우려는 이들에 맞서 온 10년의 여정이 펼쳐진다. “바닷물은 정말 차요. (…) 당시 수온이 11도 정도였어요. 서로 껴안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어요.” (44쪽) 민간 잠수사의 증언에 독자들 가슴도 미어진다. “기억하겠다”는 약속을 다시금 해본다.
책은 자화자찬만 늘어놓은 백서가 아닌 유가족들의 ‘솔직한 기록’이다.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가 조직되는 과정에서 좌충우돌하는 상황부터 배상금을 둘러싼 유족 간 인식의 차이 등 여러 갈등 상황도 ‘가감 없이’ 담았다. 이 시행착오가 재난참사 피해자들에게 나침반 역할을 해줬으면 하는 마음이 엿보인다. 이들은 “만약 이 참사가 아니었으면 저 부모하고는 말도 안 섞었을 거야, 달라도 너무 달라.” (122쪽)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끝내 함께 가야 했다.
이 기록은 그간의 진전과 풀지 못한 과제 등 공과를 밝히면서 이후 사회 공동체의 책무를 일러주는 ‘역사’이기도 하다. 국민을 보호할 책임을 방기한 정권이 진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해 온 역사이면서, 그저 평범했던 사람들이 손을 맞잡고 그런 권력에 맞서 특별법을 만들고, 진상규명에 나선 역사다. 한편으론 “세월호 엄마답게 행동하라”라며 ‘피해자다움’을, “지겹다”는 말로 ‘세월호 지우기’를 강요해 온 사회의 폭력성에 대한 증언이기도 하다.
긴 시간 동안 가족들은 억울한 피해자에서 저항하는 시민으로 거듭났고, 다른 사회적 참사 피해자들과 연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이들의 행보를 쫓아 이들 곁에 머무는 연대자들의 이야기는 “우리는 연결되어 있음”을 실천한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역사다. 책은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재난 참사가 반복되는 현실에서 이렇게 우리를 우리이게끔 하는, ‘집단기억’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한다.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는 9명의 생존자, 6명의 형제자매, 2명의 세월호 세대 인터뷰를 통해 ‘어린 피해자들’이 지나온 10년을 보여준다. ‘그날’ 수학여행을 가지 않은 아이들은 아파도 말하지 못했다. 책은 이들이 느낀 죄책감을 비롯해 ‘생존자 감수성’이 전무한 사회에서 겪어내야 했던 차별과 낙인 같은 아픔을 이야기한다. 우리가 섬세하게 헤아리지 못했던 지점을 들여다보게 한다.
생존자 도연 씨는 이제 친구 주희 씨와 ‘돛자리’란 이름의 모임을 열고 꿈을 이야기한다. 노란 리본의 돛을 달고 돗자리에서처럼 편안하게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자리가 되면 좋겠다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다. “이 모임이 정말 잘돼서 생존자를 위한 매뉴얼을 만드는 발판이 되면 좋겠다는 막연한 꿈이 있어요.” (63쪽) 앞으로의 사회가 도연 씨가 펼친 ‘돛자리’ 역할을 했으면 참 좋겠다는 바람도 품어본다.
4·16재단에서 2020년부터 매월 16일마다 연재한 ‘세월호를 기억하는 사람들’의 에세이 ‘월간 십육일’이 동명의 책으로 나왔다. 『월간 십육일』은 작가, 배우, 정치인 등 50명이 털어놓은 ‘4월 16일’에 대한 이야기다. 누군가는 해마다 피는 봄꽃에서, 누군가는 가방에 달린 노란 리본에서 그날의 기억을 길어 올렸다.
“공공의 기억을 확립하지 못하고서는, 우리 사회는 앞으로 나갈 수 없다.” (47쪽) 정세랑 작가는 ‘기억해야 하는’ 이유를 이렇게 적었다. “언제까지 이야기할 거예요?” 퇴직 교사이자 마음기록자인 정윤진 씨의 대답은 명쾌하다. “이름 붙이지 못하는 슬픔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을 때까지다.” (155쪽)
『기억의 공간에서 너를 그린다』는 세월호 참사 10년의 시간을 통과해 온 기억 공간들을 중심으로 생존자, 유가족, 활동가 들을 인터뷰한 책이다. 작가 10명이 세월호 선체가 거치된 목포 신항만, 단원고 4·16기억교실, 세월호 팽목기억관 등을 찾았다.
특히 오랜 시간 기억 공간을 지켜온 활동가들의 사연에 눈길이 머문다. 세월호광주시민상주모임에서 10년째 활동하는 정기열 씨는 참사 10주기를 통해 ‘미래’를 그린다. “10주기가 어떤 미래를 그리는 가능성의 분기점이 되면 좋겠습니다. 10년이니까 결과물과 상관없이 그만 정리하자는 사람들이 있을까 봐 걱정이거든요. 단절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 그런 전환점이 되길 희망합니다.” (114쪽)
기억은 힘이 세다. 기억은 ‘변화’와 ‘희망’의 다른 이름이기도 하다. 기억해야 바뀔 수 있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이 기록들이 귀하고 값진 이유다.
김청연_작가, 『왜요, 그 말이 어때서요?』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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