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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l 12. 2024

편집디자이너가 떠난 일본 책방 순례

도쿄를 걷다 서점을 읽다

김경일 지음 / 260쪽 / 18,000원 / 디앤씨북스



같은 장소라도 누가 가느냐에 따라 다른 걸 보고 온다. 편집자들이 일본 책방에 가면 최신 트렌드와 번역할 책을 살핀다. 서점인이 간다면 책방의 큐레이션, 진열, 공간구성 등을 유심히 본다. 필자 역시 일본 출장길에 준쿠도와 어린이전문서점 크레용하우스 등에서 그림책을 샅샅이 뒤진다.

북디자이너가 일본 책방에 간다면 어떨까. 저자인 김경일은 편집디자인 회사 더디앤씨의 대표이자 편집디자이너로 오랫동안 일했다. 그는 자신의 업력에서 생긴 관심사를 따라 책방 순례를 한다. 그의 안내를 따라가면 디자이너의 눈에 들어올 만큼 아름다운 책과 매력적인 책방을 만날 수 있다. 무엇보다 책방이라는 공간을 브랜드의 정체성과 오버랩하는 유니크한 곳들을 소개한다.


도쿄에는 현재 900여 개의 책방이 있다. 2014년에 1,400개였다고 하니 10여 년 사이 많이도 사라졌다. 일본이건 영국이건 오프라인 서점이 살아남기 힘든 시절이다. 그러니 동네책방이 새롭게 생기는 한국을 두고 일본 클라리스북스의 대표는 역동적이라며 부러워한다. 그럼에도 우리에게 도쿄의 책방은 여전히 좋은 공부거리다. 지역마다 책방의 규모와 특징이 다르고 전문화도 잘 이뤄져 있다. 심지어 소설가 다자이 오사무를 위한 서점 포스포렛센스도 있다. 이 중에서 지은이는 건축, 디자인, 도시, 사진집 등을 전문으로 다루는 책방을 첫 번째로 선택한다. 고서점 거리 진보초의 난요도가 그런 곳이다. 노출 콘크리트 방식으로 지어진 아담한 건물에 자리한 책방은 쇼윈도를 포기하고 통유리로 전면부를 마감해 내부를 노출한다. 2층 일부를 개방한 설계도 시원하다. 공간의 아름다움은 물론이고 책방이 주제로 삼고 있는 건축책의 큐레이션도 훌륭하다.


시부야의 디앤디파트먼트는 저자가 특히 관심을 둔 곳이다. 생활잡화를 취급하는 편집숍이지만 그 이상이다. 로컬 브랜드를 홍보하는 전시와 관련 제품을 중심으로 매장을 꾸미고 『디 디자인 트래블』이라는 매거진을 발행한다. 편집숍과 서점과 잡지를 통해 로컬의 좋은 상품과 만든 사람들을 소개하며 궁극적으로 로컬 브랜드의 오리지널리티를 알리고 확장한다. 


무지북스도 브랜딩이라는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책방이다. 자체 출판물 혹은 큐레이션한 책을 통해 무인양품의 정체성을 이보다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없다. 책을 통해 브랜딩을 고급스럽게 확장한 예는 단연 츠타야다. 책방은 이제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다. 긴자 츠타야에는 세계의 아트북이 진열되어 있다. 책과 책방은 일종의 그릇이다. 어떤 철학 혹은 콘셉트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지은이에게 전통의 키노쿠니아와 준쿠도 책방은 좀 답답해 보인다. 물론 디자이너가 아닌 필자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책방이란 저마다 다른 모습과 효용과 가치가 있어야 하고 그래야 좋은 책방이다. 작가는 신주쿠, 롯폰기, 시부야, 오모테산도 같은 번화가의 책방을 훑어본 후 조금 더 멀리 기치조지나 고마바로 발걸음을 옮긴다. 지브리 미술관으로 유명한 기치조지의 책방들은 다정하다. 특히 이곳에서 만난 그림책 고서점 메인 텐트는 어린 시절의 행복한 추억으로 가득하다.


이 책을 만나는 마지막 즐거움은 세련된 북디자인이다. 표지, 장 도비라 그리고 본문의 장식적 요소에 사용된 핫 핑크 별색은 아날로그 책방을 비춰주는 별 같다. 주목할 만한 책, 공간, 서점 등을 펼침면으로 보여준 편집디자인과 사진은 손에 잡힐 듯 구체적 감각을 전해준다. 책방 순례자를 위한 또 한 권의 길잡이가 나왔다. 


한미화_출판평론가, 『동네책방 생존탐구』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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