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마리는 어디 갔을까?
서선정 글·그림 / 48쪽 / 17,000원 / 모든요일그림책
앞뒤 표지를 활짝 펼치면 상반된 분위기의 그림이 시선을 끈다. 알록달록한 세상의 앞표지와 흑백으로 그려진 뒤표지에는 앞표지부터 이어진 파란 물방울이 그려져 있다. 화려한 색감과 부드러운 검은 연필 선이 어우러진 두 장면은 다른 듯 같은 이야기를 보여주는 듯하다.
이야기 속 화자는 새로운 동네로 이사한 여자아이다. 초록 나무들이 가득한 동네로 이사한 가족들은 모두 들떠 좋아한다. 하지만 화자인 나는 모든 것이 낯설다. 더구나 이미 친해진 반 아이들 무리에 다가서는 일은 쉽지 않다. 아이는 교실에서 떠있는 섬처럼 혼자 앉아 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온다.
익숙한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서의 시작은 어른에게도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어린아이에게는 대단한 용기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듯 떠남으로부터 어린이의 성장 서사가 시작된다. 안전한 곳을 떠나, 낯선 세상에서 다양한 존재를 만나, 우정을 쌓고, 때론 상처받으며 나라는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통해 아이는 성장한다. 그 시절 다정한 시선으로 아이를 바라봐줄 존재가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다행히 이야기 속 아이에게는 그런 존재가 있다. 바로 아이 방 어항 속에 사는 열두 마리 초록 물고기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는 한달음에 어항 앞으로 달려간다. 그런데 열두 마리가 아닌 열한 마리 초록 물고기만 있다. 사라진 한 마리를 걱정하느라 잠 못 이루던 아이와 열한 마리 물고기들은 한 마리를 찾아 길을 나선다. 초록 물고기들과 함께 밤하늘로 날아오르는 순간, 낯설고 흑백이던 아이의 하루가 즐겁고 알록달록한 오늘로 변한다. 판타지 세상 속에서 아이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또 아이는 초록 물고기들과 함께 떠난 여정을 통해 낯선 동네의 아름다움을 발견한다. 그리고 용기를 내 친구에게 먼저 손을 내민다. 돌아오는 길에 이사 온 동네가 좋아질 것 같다는 아이의 고백을 통해 한 뼘 성장한 아이를 만날 수 있다.
일상 속 판타지를 그리는 서선정 작가는 이번에도 일상과 판타지를 절묘하게 어울려놓았다. 아이가 앉아 있는 교실 안 풍경은 마치 어항 속 모습인 듯하고, 장면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하는 현실과 판타지의 세계가 겹쳐 자리하고 있다. 또한 밤의 장면 전체에 덧칠된 연필 선은 밤이란 시간의 무거움과 불안을 살짝 덜어내어 따스하고 포근하게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물론 아이들이 마주할 낯선 세상이 판타지처럼 아름답고 다정한 세상만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어쩌면 아이는 새로운 곳에서 얼마 동안 애쓰며 보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림책 속 아이의 걸음마다 함께하는 파란 물방울의 주인공과 같은 존재가 있는 한 낯선 자리에서도 우리 아이들은 힘써 저마다의 꽃을 피울 것이다. 표지에서 보여준 알록달록한 세상과 흑백의 두 세상을 교차하며 아이는 성장할 것이다. 다음 날 친구에게 다가가 “안녕”이라며 먼저 인사를 건넨 이야기 속 주인공처럼 말이다.
최정은_『마흔에게 그림책이 들려준 말』 저자
-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24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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