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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한독서 Jul 15. 2024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하는 장난감 병원

할아버지의 장난감 선물가게

장난감 박사 지음 / 208쪽 / 15,000원 / 달



『할아버지의 장난감 선물가게』는 단순한 에세이가 아니다. 이 책은 장난감을 치료해 주는 매력에 푹 빠진 장난감 박사들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담고 있다. 미추홀구 지하상가에 위치한 ‘키니스 장난감 병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장난감 병원이다. 아이들의 장난감을 되살려 동심까지 선물해 주는 이 병원은 사실 2011년에 설립된 비영리 봉사 단체다. 평균 나이 75세 열두 명의 할아버지들이 아이들의 웃음을 되찾아주기 위해 고장난 장난감을 무료로 치료해 준다.


“정년퇴임이란 어느 날 나의 일상이 뚝 끊어지는 겁니다. 교수들은 ‘교수실’이라고 자기만의 방이 있습니다. 저도 제 방이 있었고, 그 당시 살아온 인생의 절반 이상을 그 방에서 보냈지요. 그런데 퇴임이라는 건 더 이상 그 방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겁니다. 다시 말해 내 갈 곳이 사라지는 것, 내 자리가 사라지는 것. 그것이 저에겐 정년퇴임의 의미였습니다.” 


36년간 공학교수로 살다 키니스 장난감 병원을 설립한 김종일 이사장의 이야기다. 이 책은 이처럼 장난감 박사들이 은퇴 후 어떻게 새로운 삶을 찾았는지에 대해 들려주며 시작된다. 대체로 손재주가 좋거나 공학도였던 저자들이 장난감 박사가 되기까지의 이야기들이 책 구석구석에서 펼쳐진다.


장난감 병원에서는 ‘수리’보다는 ‘치료’라는 표현을 쓴다. 어린아이도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장난감도 병원에서 치료받는다는 생각을 자연스럽게 이해한다. “장난감이 아픈가 봐. 너 아플 때 어디 가, 병원 가지? 장난감도 병원에 가야 하나 봐” 말하며 장난감을 병원에 보내자고 설득하면 그제야 비로소 아이들은 장난감을 놓아준다고 한다. 어린아이들에게 장난감은 단순히 ‘장난감’이 아니다.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나 처음으로 갖는 자기 소유의 애착물”이기에 ‘소중한 친구’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장난감 병원에서 장난감 박사들이 하는 일은 ‘수리’가 아니라 ‘치료’가 된다.

그럼에도 “고작 장난감에 들어가는 기술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냐”며 콧방귀 뀌는 어른들이 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문화예술과 만나 선사하는 즐거움은 아이의 것이어도 어른처럼 똑같이 귀하고 섬세하게 대우해줘야” 한다는 걸 장난감 박사들은 강조한다. 장난감은 단순한 놀이 도구가 아니라 “과학과 예술의 종합체”다. 


장난감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창의력을 키워주는 도구다. 그리고 그 상상력은 언젠가 아이들이 크면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장난감 박사들은 장난감이 없거나 “모자라서 아쉬워하는 아이가 없도록 계속해서 장난감을 고쳐 선물하”길 꿈꾼다. 결국 장난감 박사들은 장난감 치료를 통해 아이들의 소중한 친구를 되살리고 추억을 지켜주며,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장난감이 아이들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진리를 몸소 실천하며, 오늘도 장난감 박사들은 아이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선물하고 있다.


육십이 넘어서야 비로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동감이 온몸에 절절하다고 말하는 장난감 박사들의 이야기는 이 책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다. 

“이 일을 하다 보니 잘하는지 못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더군요. 못하는 것은 공부하고 연구하면 더 나아질 수 있어요. 그러니 노력할 수 있는 동력을 주는 것, 좋아하는 마음을 따라가야 합니다”

라는 장난감 박사들의 말은 깊은 울림과 용기를 준다.

“길이길이 이어지기를”이라는 이 책의 목차 속 제목처럼 이 병원의 이야기가 동화처럼 ‘오래오래’ 계속되길 바란다.


김미향_출판평론가, 『엄마는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4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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