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넘어 기쁨에 오르는 삶

두렵지않은 노후

by 행복한독서

두 번째 산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 이경식 옮김 / 600쪽 / 22,000원 / 부키



나는 어디에 있는가.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첫 번째 산에서 아직도 허덕이는 나는 두 번째 산에 오른, 그리고 오르는 이들을 경외감을 가득 품고 바라본다.


‘중요한 일들을 실행하고 운영’하는 것이 전부인 줄 알고 ‘결혼과 출산을 미루’었던, ‘무언가를 기다리면서 열심히 매달’렸던 시절(92~93쪽) 나는 세상의 산은 그렇게 첫 번째 산만 오르는 게 전부인 줄 알았다. 직업에 대한 소명과 그것을 통해 내가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사유가 없었다. 소명보다는 실적 위주의 사회에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앞서고 싶은 욕망이 컸다. 그러니 그냥 하루하루 허겁지겁 살아냈을 뿐이다.


데이비드 브룩스의 『두 번째 산』을 통해 인생에는 ‘두 번째 산’도 있다는 걸 알았다. 두 번째 산에 오른 ‘깊이 헌신하는 삶’은 그야말로 위인전에 나오는 인물 같은 삶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인이 아니더라도 첫 번째 산을 넘어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의 삶은 다르다.


첫 번째 산에 있는 사람들은 행복, 즉 나 개인의 행복을 추구한다. 그러나 두 번째 산을 오르는 사람은 개인의 행복을 넘어 기쁨으로 나아가는 사람들이다. 행복은 자기 안에 있지만 기쁨은 ‘자기를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존 스타인벡, 톨스토이, 단테, 괴테,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 록 가수 브루스 스프링스틴, 인류학자 메리 캐서린 베이트슨, 영성 작가 리처드 로어, C.S. 루이스, 사상가 존 러스킨 등등. 역사 속 인물과 오늘의 역사를 쓰고 있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온다. 바로 두 번째 산에 오른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는 아름답다. 혼이 담긴 삶이다. 그들의 삶이 첫 번째 산에서 머물지 않고 두 번째 산으로 나아감으로써 사람들이 변하고 새로운 문화가 만들어졌다.


한 사람의 인생은 그 주변 사람들을 통해 완성된다. 가족 사이에서, 학교라는 사회에서, 그리고 나아가 공동체 사회 등을 통해 ‘나’를 만들어나가고, 내 인생이 만들어진다. 결국 “삶은 ‘혼자’가 아닌 ‘함께’의 이야기”인 것이다. 혼자의 삶이 아닌 관계 속에서 성장하는 삶. 이 책을 지은 데이비드 브룩스가 책 끝 감사의 말에서 “이 책은 인간관계에 관한 책이며 인간관계의 결과물로 태어났다”고 말하는 이유다.


“일자리는 생계 수단이지만 일은 인생이 그 사람 앞에 놓여 있는 의무를 다하는 특정한 존재 방식”(262쪽)이다. 일을 통해 얻는 성취, 일을 하면서 만나는 관계. 그것에 따라 인생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직업은 그런 면에서 중요하다. 직업을 찾는 것은 나를 찾고(나의 행복을 찾고) 나아가 사람들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두 번째 산’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들의 삶의 수준은 질이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읽다 문득 김민기의 노래 가사가 생각났다.

“저 산 너머엔 무엇이 있을까 /
난 왜 여기에 이렇게 있는 것일까 /
왜 저 시냇물은 저리로 흘러만 갈까 /
왜 이 세상은 넓기만 할까….”


이렇게 사는 것이 전부일까? 끊임없이 질문하고 방황하는 삶. 방황은 젊은이들만의 몫이 아니다. 나를 끊임없이 방황시키면서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나를 스스로 묶고 자유로운 삶. 그런 ‘수준 높은’ 삶을 향하고 싶다. 이 책은 그런 열망을 가슴에 품게 하고, 나아가게 한다.


임후남_책방 생각을담는집 대표, 『시골책방입니다』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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