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욕망이 아닌 권리를 말하다

by 행복한독서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

강병진 지음 / 240쪽 / 14,000원 / 북라이프



부동산 광풍을 훈풍으로 여기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 단순히 자가 비율이 늘어났다는 게 아니다. 영혼을 끌어모았기에, 집값이 상승하는 게 정당한 보상이라 여기며 상승을 방해하는 요소를 무조건 차단하겠다는 의지로 뭉친 사람이 이웃에 산다는 말이다. 그래서 이들에겐 3억 집이 9억이 된 건 선견지명이자 열심히 산 인생에 대한 대가이지만, 9억이 8억9000만원이 되면 폭락, 빙하기 등의 단어를 사용하며 마치 천재지변이라도 난 것처럼 반응한다. 집값을 잡겠다는 어떤 정책도 이들의 결의를 이겨낼 수 없는 건 당연지사.


한 일간지에 이런 시대상을 비판하는 칼럼을 작성했었다. 세입자로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 공인중개소 앞에 적힌 초현실적인 집값을 바라보며 자신의 인생이 어디서부터 꼬였는지를 후회하게끔 하는 사회가 어찌 정상이냐는 내용이었다. ‘내 집 장만하는 게 서민의 평생 소망’이라는 패러다임도 의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평생 소망이었으니, 악착같이 집값에 목숨을 거는 것 아니겠는가. 그러면서 꿈같은 해법도 곁들였다. 평생을 집 없이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실보다 득이 더 많다면 이 빌어먹을 사회 전체의 욕망 게이지도 좀 줄어들 거라는 제안을 했다. 물론 현실이 얼마나 엉망이기에 이딴 소리를 하며 이리 황당한 제안을 하겠냐는 뉘앙스로.


글은 여기저기 퍼졌고 온갖 조롱을 받았다.

나이 마흔 넘어서도 집 없는 게 자랑이냐, 남들 치열하게 살 때 놀아놓고 왜 남이 밥 떠먹여 주길 바라느냐, 어른이 되어서도 칭얼거리는 게 부끄럽지 않냐 등 빈정거림의 수위가 하늘을 찔렀다.

기가 막혔다.


집이 있느냐 없느냐가 윤리와 도덕의 경계가 되어 한쪽이 반대쪽의 인생을 멋대로 평가해도 된다는 천박한 자신감이 사람의 타고난 성향일 리 없다. 사회가 병들면 개인이 병든다는 명제에 대한 완벽한 증명 아니겠는가. 불로소득이란 이래서 문제다. 사람을 건방지게 만들고, 그게 건방인 줄 모르게 하는 재주까지 있다. ‘영혼을 끌어모았으니’ 사회가 보일 리가 없다. 그런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 이게 사회문제가 아니면 무엇인가!


당당하게 무례한 이들의 괴상한 철학들을 목도한 충격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를 읽었다. 평범한 직장인이 삼십 대 후반에 2억짜리 빌라를 구입하게 된 사연과 과정이 담긴 이 책은, 단언컨대 제목에 ‘주택’이 들어간 책 가운데 가장 경박하지 않았다.

보통 집과 관련된 개인의 이야기들은 과장되고 선동적이고 훈계로 가득하지 않은가. 그딴 무용담이 아니다. 저자는 욕망을 자극하는 게 아니라, 인간이 누려야 할 권리를 이야기한다. 생애과정에서 주택의 의미가 어떠했는지를 진솔하게 고백하며 내 집 마련을 결심하게 된 배경을 밝힌다. 재산 증식의 수단 따위가 아니라 (부제이기도 한) “2년마다 이사하지 않을 자유를 얻기 위하여”서다.


보수 언론에서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으로 애꿎은 서민들만 고생이라면서 괴상한 사례들을 등장시킨다. 세금 폭탄에 허우적거린다는 사람은 20억 아파트에 거주하고, 젊은 세대의 내 집 장만이 물 건너갔다는 사례에서는 대출이 제한되어 16억 아파트를 사지 못했다는 초현실적인 신혼부부가 등장한다.

하지만 『생애최초주택구입 표류기』는 절대 기만적이지 않다. 당연하다. 진짜 서민의 이야기니까.


오찬호_사회학자,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저자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0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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