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볼레벤 원작·각색 / 프레드 베르나르 각색 / 벤자민 플라오 그림 / 유정민 옮김 / 242쪽 / 29,000원 / 더숲
나무 덕에 우리가 지구별에 산다. 기후위기를 해결해 줄 열쇠도 나무에 있다. 나무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다가 알게 된 독일의 숲 지킴이인 페터 볼레벤. 그의 책이 어린이와 함께 읽을 수 있는 그림책으로 각색되어 나왔다.
그림책이지만 A4정도의 크기로 242쪽이나 된다. 게다가 한 줄 한 줄에 방대한 내용이 꾹꾹 눌러 담겨있다. 지구의 탄생부터 나무들의 역사, 나무란 어떤 존재인가를 이해하는 수목생리학, 나무와 함께 공생하는 존재들, 현대인들이 나무를 어떻게 괴롭히고 그게 결국 우리 인류를 멸종시키리라는 내용…. 더 나아가 현대 식물학에서 겨우 알아차리기 시작한 나무의 비밀스러운 생활까지. 하지만 유럽 만화풍의 그림 덕에 부드럽게 넘어간다.
한 번도 숨기거나 비밀로 한 적이 없는데 인간이 그걸 뒤늦게 알아채 놓고 ‘비밀’이라고 하는 거지만. 소설 『오버스토리』에 여성 과학자가 나온다. 그는 나무들이 서로 소통한다는 걸 알아내 학계에 발표하지만, 학계는 무슨 헛소리라며 무시한다. 결국 국립공원 말단 인부로 나무를 돌보며 살아간다. 소설이지만 그 인물이 놀라웠는데, 실제 모델이 있었단다. 식물학자 다이애나 베리스퍼드-크로거다.
공기 중에 유기화합물을 내뿜어 알리기도 하고, 뿌리들 사이에 우드 와이드 웹(wood wide web)을 연결해 질병, 가뭄, 위험에 대한 정보가 전달되고 서로 돕고 산다. 그러나 기계로 땅을 갈고 나면 거기에 심는 식물은 땅 밑에서 의사소통하는 능력을 잃게 된다. 귀도 먹고 말도 못하게 되는 셈이다.
나는 땅을 갈지 않고 농사짓는다. 30년 전 농사를 지으려고 보니 우리 땅은 산비탈에 다랑다랑해 기계가 들어가기 어려운 땅이었다. 대대적인 토목공사를 해 땅을 기계에 맞출 건가, 아니면 땅이 생긴 대로 기계 없이 농사를 지을 것인가. 그래서 작은 땅부터 갈지 않고 농사를 지어보았다. 그런데 된다. 돼. 사람 손으로 농사를 지어나가기 시작했다.
토종 과일나무에 관심을 가지면서는 밭 가운데에 나무를 심어나가고 있다. 나무 사이에 밀보리, 여러 가지 콩팥, 고추, 오이, 호박 같은 푸성귀들도 심는다. 나무 아래는 취, 잔대, 어수리와 같은 나물거리를 심는다. 자연의 숲을 본뜬 토종 먹거리 숲이 되도록. 나무의 비밀을 알고 나니 힘이 솟는다. ‘우리 땅의 나무와 농작물은 서로 소통하고 돕고 살겠구나!’
책의 마지막에 볼레벤은 “우리 이후에 이곳에서 살아갈 우리의 손자 그리고 그 후대의 삶을 생각할 때다”라며 어린아이가 커다란 나무 아래 서있는 그림으로 마무리한다.
동네에서 자주 마주치는 나무가 있는가? 그 나무와 이야기를 나누어보자. 한 손은 나무에 대고, 다른 손은 내 가슴에 대고 서로가 살아있음을 느껴보자.
장영란_『안녕, 밥꽃』 저자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5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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