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씨의 행복 이야기

모두가 어울려 사는 진정한 행복

by 행복한독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복한 삶을 사는 늑대 앵커 씨에게 한 가지 고민이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할 수는 없을까….’
앵커 씨는 책을 찾아 읽고 직접 기른 채소로 요리도 해보지만, 어머! 물고기는 어떡하지요?
모든 동물이 행복하게 사는 건 정말 어려운 걸까요?
깊이 고민하고 방법을 찾으려는 앵커 씨와 함께 작은 일부터 실천해보세요.
우리 모두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요.


앵커 씨의 행복 이야기

남궁정희 글·그림 / 40쪽 / 12,000원 / 노란돼지



『앵커 씨의 행복 이야기』 속 앵커 씨는 늑대입니다. 혹자는 여우나 개라 말하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늑대를 의인화했다고 하지만 제 설정은 육식을 주로 하는 현대인, 바로 저 자신을 늑대에 비유한 것입니다. 앵커 씨는 동물 복지에 대한 그림책을 준비하며 채식을 하게 된 제 모습입니다. 그래서 속표지에 앵커 씨가 기자라는 설정을 넣었지요. 앵커 씨가 저처럼 글을 쓰기 위해 취재하며 동물 농장의 현실을 알게 되고 그들과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는 내용입니다. 많은 분들이 속표지 그림을 자세히 살피지 않아서 ‘앵커 씨가 신문 기사를 읽고 채식을 하게 되었다’고 오해하지만, 신문이 나오는 장면에 기사를 쓴 사람이 앵커 씨라고 작게 쓰여 있습니다. 이렇게 숨은그림찾기하듯 구석구석 살펴보는 것도 재미있는 그림책읽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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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씨를 처음 기획한 것은 2011년, 그때도 한창 구제역과 조류독감, 그리고 동물 농장의 실상을 알리는 다큐멘터리가 텔레비전에서 방송되던 때입니다. 사실 저는 고기가 없는 밥상은 제대로 된 한 끼가 아니고, 반찬이 햄 한 가지만 있어도 든든히 먹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에 그 내용은 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때 동물이 주인공인 그림책 시리즈를 준비하던 저는 동물 복지를 주제로 이야기를 시작해야 앞으로도 진정성 있는 행복한 동물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동물 복지에 관한 더미를 들고 출판사와 미팅을 하러 다닐 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늑대의 본능을 무시하면 안 되지요! 늑대가 왜 채식을 해요?”

그래서 제가 질문했습니다.

“그럼 그림책에서 코끼리가 날아다니는 건 괜찮은가요?”

그러자 그분은 말했습니다. “코끼리는 날더라도 귀로 날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집으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어떤 이야기도 가능한 그림책에서 유독 채식은 안 되는 이유가 뭘까? 우리가 알고 있는 진실을 입 밖으로 내는 순간 육식의 즐거움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무의식적인 반감으로 나타나는 것은 당연한 결과겠지.’

그래서 동물 복지는 그림책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에서도 꺼리는 소재이고, 정작 저도 채식을 결심하고 실천하는 동안 스스로도 그걸 입 밖으로 내는 게 조심스러웠기에 이 주제는 정말 출판하기 힘들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동물 복지에 대한 거부감을 최소한으로 줄이고 싶어 자수와 미니어처, 수채화를 이용해 그림의 다양한 질감과 따뜻한 느낌을 살리는 데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자수 작업은 이 책이 첫 시도였기 때문에 인터넷과 책을 살피고 시장을 돌아다니며 제게 적합한 재료와 방법을 찾고, 입체감이 돋보이도록 바늘이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촘촘히 실을 채웠습니다.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펜치를 이용해서 바늘을 빼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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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더미가 완성된 2015년에 저는 이 책을 국내에서 출판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리는 국제아동도서전에서 출판사 미팅을 해보기로 결심하고, 200여 개 참가 출판사에 메일을 보냈습니다. 메일을 보내는 데만 며칠이 걸렸지만 출판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희망으로 설레어 힘든지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며칠 후 받은 30여 통의 회신 메일은 모두 거절이었습니다. 그중 스위스 바오밥 출판사와 미팅할 기회가 있었는데, 편집자로부터 자신이 채식주의자이며 이 책에 공감하고 작업이 마음에 든다는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 편집자 역시 채식에 관한 이야기는 자신의 출판사에서도 출판이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 저는 혼자만의 기대감이 좌절된 깊은 후유증에 인생에서 가장 우울한 시기를 보냈습니다. 그 우울함은 힘겹게 노란돼지 출판사와 계약을 한 뒤에도 극복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직도 제 책의 내용을 말하는 것이 조금은 두렵기도 하고, 동물 복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 자신이 당당한지 자꾸 반문하며 괴로워합니다. 이런 제 고민에 늘 좋은 조언을 해주는 친구가 “동물 복지에 대한 책을 만든 건 언니의 관심이 거기를 향해 있는 것이고, 언니 방식대로 그걸 알리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생각해도 돼”라고 이야기해주어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사랑스러운 동물들이 나오는 책을 계속 만들고 싶습니다. 제 다음 책들에 등장하는 모든 동물들이 어울려 사는 모습이 더 이상 모순되지 않는 그날이 왔으면 하고 스스로 주문을 외워봅니다.

“행복해져라, 행복해져라, 모두들 행복해져라!”



남궁정희 선생님은 디자인을 전공하고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친구 같은 남편과 착한 고양이 세 마리와 함께 살며, 자수와 코바늘뜨기에 푹 빠져 있습니다. 『앵커 씨의 행복 이야기』는 쓰고 그린 첫 그림책입니다. 그린 책으로 『돼지도 누릴 권리가 있어』 『매직 바나나』 『Am I Later, Mammy』가 있습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그림책> 2017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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