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책방의 북큐레이션 - ‘탐조책방’
탐조책방의 탄생에는 코로나19라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공포의 바이러스가 한몫을 했다. 우리가 영위하는 일상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은 너무도 당연했고 사람을 만나려면 2미터라는 간격을 생각해 보는 일도 처음이었다. 그렇게 사람과 멀어지자 우리 주변의 작은 자연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이기도 했는데, 코로나19라는 공포에서 인간은 자연 앞에서 인간의 한계를 경험한 것이었으리라.
그때 나는 아파트에서 새를 관찰하는 탐조를 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도 탐조를 취미로 하고 있었으나 그때의 탐조는 먼 자연으로 가는 일이었기에 아파트에서 탐조를 한다는 건 상상해 본 적도 없었다. 쌍안경을 하나 챙겨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코로나19 시절 아파트 정원은 적막 그 자체였다. 가끔 정원을 관리하는 경비원을 만나는 일을 빼고는 놀이터나 벤치에 사람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그 고요를 뚫고 ‘찍~’ ‘쭈빗쭈빗’ ‘쯔쯔비’ 등 작은 새들의 소리가 들려와 내 귀에 꽂혔다. 소리를 따라 그 소리의 주인공을 찾아 헤매다 보니 나는 어느새 아파트 단지를 모험하는 아파트 탐조인이 되어있었다. 함께 사는 노모 맹순 씨와 언니를 꼬드겨 함께 아파트 탐조를 하고 아파트 새 지도를 만들며 코로나19라는 불안의 시대를 건넜다. 그 이야기는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박임자 지음, 피스북스)라는 책이 되었고, 아파트 탐조단은 탐조책방을 열어 도시 탐조라는 문화가 퍼져나가는 초석이 되었다.
탐조책방은 전국에 하나밖에 없는 탐조 전문책방이다. 그냥 ‘새’를 주제로 한 책방이 아니라 ‘탐조’라는 문화를 대한민국에 알리기 위한 전초기지와 같은 곳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새와 관련된 책들이 즐비하다. 탐조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탐조라는 어려운 용어보다는 ‘새 산책’이라는 친근한 단어를 사용해 매달 수원에서 탐조 입문자를 위한 탐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쌍안경과 『화살표 새 도감』(최순규 지음, 자연과생태)이라는 작은 도감 하나면 누구나 탐조를 할 수 있다. 탐조를 특정한 시즌에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가 아니라 일 년 사시사철 내가 사는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특별한 일로 가져왔으며, 탐조를 통해 일상이 특별해지는 경험에 사람들은 열광했다.
새 그림을 그리고 탐조를 하는 이우만 작가는 서울 아파트에 살지만 조금만 걸어가면 산 밑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실이 있다. 산이 많은 한국에 사는 우리들의 특권이다. 작가의 출근길은 탐조를 하러 가는 길이기도 하고 그림을 그리러 가는 길이기도 하다. 그렇게 10년 넘게 뒷산에 있는 작업실로 출근을 하며 그곳에서 만난 100종이 넘는 새를 그림으로 그려 세상에 나온 책 『뒷산의 새 이야기』(이우만 지음, 보리)를 볼 때면 작가의 이 말이 떠오른다.
“먼 곳의 유명한 탐조지는 내가 아니어도 다른 누군가가 기록을 하겠지만, 우리 동네에 있는 작은 뒷산의 새는 오늘 내가 기록하지 않으면 기록되지 않을 수 있으니 매일 뒷산을 오릅니다.”
그 말을 듣고 나는 우리 아파트의 새를 기록해 『맹순 씨네 아파트에 온 새』를 내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탐조책방이 문을 열고 그 이듬해인 2022년 초에는 두 권의 멋진 책이 나왔다. 두 권 모두 도시라는 공통점을 가진 책으로, 도시 탐조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도시를 바꾸는 새』(티모시 비틀리 지음, 원더박스)는 도시에서 새와 인간의 공존을 위한 다양한 실험들이 담긴 책으로 탐조 역사가 오래된 나라의 다양한 사례들을 볼 수 있어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 많다. 『동네에서 만난 새』(이치니치 잇슈 지음, 가지)는 일본 책 번역본이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새들의 특징을 그림으로 기막히게 표현해 웃으면서 읽지만 결코 가벼운 책이라고 볼 수 없다. 새들의 특징들을 정말 잘 잡아내서 초보 탐조인들의 길잡이 역할을 톡톡히 해낸다.
2025 대한민국 그림책상 대상, 2025 서울국제도서전 한국에서 가장 즐거운 책, 2024 올해의 환경책 등 다양한 타이틀을 가진 조오 작가의 『점과 선과 새』(창비)는 도시에서 인간이 만든 유리창에 부딪혀 죽는 새의 이야기를 참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는데 읽다 보면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는, 그래서 나를 움직이게 하는 큰 울림을 주는 책이다. 백 마디 주장보다 이런 좋은 책 한 권이 세상을 움직일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우리나라가 어느새 이렇게 멋진 책을 품을 수 있게 되었을까 생각하면 참 행복한 생각이 든다.
탐조책방을 시작한 지 5년이 되어간다. 탐조책방을 열었던 그때보다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사람들이 탐조를 하고 일상에서 새를 만나고 있으며, 새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삶을 생각한다. 탐조 인구가 많아지면 자연스럽게 우리 주변의 환경을 돌아보고 돌볼 수밖에 없다는 걸 경험한 나의 작은 경험과 실천이 탐조책방이라는 멋진 공간을 만든 것처럼, 탐조를 시작한 한 사람 한 사람이 만들어 나갈 멋진 삶을 생각하며 오늘도 더 즐겁게 탐조책방을 가꾸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박임자_탐조책방 대표
- 이 콘텐츠는 <동네책방동네도서관> 2026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 행복한아침독서 www.morningreading.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