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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나뚜기
Mar 04. 2021
하늘에 있는 나의 아가..
5. 대위 오뚜기
첫째 아이와 둘이 일시적
싱글맘이었던 상태에서 덜컥 임신이 되었다.
계획되지 않은 임신이었다.
하지만 큰아이와 두 살 정도 터울로 이쁜 동생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오히려 잘됐다. 생각도 됐다.
하지만 혼자 군생활+육아+임신까지 모든 걸 홀로 해야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왔다.
임신 초기에 푹 쉬고 영양가 있는 식사도 해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보통 라면으로 한 끼를 때우거나, 빵이나 과자로 허기를 채우기 일 수였다.
입덧까지 심해 큰아이도 제대로 케어하지 못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뱃속에서 큰 탈 없이 잘 자라 주는 아이에게 감사했다.
그러던 어느 날
14주 차가 되었던 날이었다.
그날따라 몸이 불편하다던지, 아픈 건 아니었는데 직감적으로 산부인과에 가고 싶었다.
아이가 날 불렀던 것일까?
정기검진은 아니지만 아이가
보고 싶어 왔다는 말에 의사 선생님은
"
이제 배 초음파 해도 되겠네요~
잘하면 오늘 성별을 알 수도 있겠네요.
"
하셨다.
떨렸다. 성별을 알 수 있다니.
사실 아들이면 큰아이와 둘도 없는 친구가 태어나는 것이고 딸이면 나와 둘도 없는 친구가 태어나는 거니 나는 아들도 딸도 모두 좋았지만 아이의 성별을 알 수 있다는 설레는 감정이 좋았다.
그런데 초음파를 보던 의사 선생님이 좀 이상했다.
한참을 아무 말 없이 초음파를 보셨다.
"질 초음파를
한번 봅시다."
'
뭐가
잘못됐는구나.'
직감적으로
느
꼈다
질초음파를 보는 주차가 아닌데 질초음파를 보자고
하시는 걸 보니 느낌적으로 알 수 있었다.
의사 선생님께서는 그렇게 말없이 한참을 모니터를 바라보고 난 후에 나에게 두 개의 사진을 보여주셨다.
하나는 정상아의 두개골 모양이었고,
또 하나는 내 아이의 두개골 모양이었다.
"
아이가
무뇌증입니다."
두개골 형성이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의학적 지식이 전무한 내가 봐도 두 사진의 차이점이 한눈에 들어왔다.
"엄마가 알았는데.. 시간 끌 필요 없지 않을까요. 태어나도 소생 가능성 없어요. 소견서를 적어드릴 테니 큰 병원으로 가세요. 무뇌증은 보통 유전적 요인보다는 산모의 영양상태가 부족했을 때 많이 나타나요. 너무 걱정 마시고 수술하시고 휴식 많이 취하세요."
차에 돌아와 주차장에서 얼마의 시간을 울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아이를 잘못되게 만들었다..
내가..
양구에서 근무하고 있던 남편이 급하게 다음날 올라왔다.
큰 병원에 가서 초음파를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14주는 중기 유산에 속해서 간단한 소파수술은 불가능한 주차라는 설명과 함께 몸속에 자궁 길을 넓혀주는 장치를 넣어 아이가 좀 더 쉽게 빠져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해주셨다.
장치를 몸속에 넣고 다음날 수술까지 하루 동안 입원하면서 참 많은 눈물을 흘렸던 거 같다.
내가 왜 이 병원에서 지금 이렇게 입원을 하고 있는지 조차.. 받아들이기 힘겨웠다.
수술 당일날, 잠시 동안의 마취 후 깨어났을 때 나는 이미 회복실에 누워있었다.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남편의 손을 잡으며 내가 한 첫마디는..
"우리 아가 잘 갔대?"
"응 잘 갔대. 좋은 곳으로 잘 갔대.."
남편의 말을 듣는 순간 마음이 무너져 내렸다..
참아왔던 모든 것이 우르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
커튼이 쳐져있는 옆 베드에서는 제왕절개 수술을 한 산모의 아이가 엄마의 첫 젖을 빨기 위해 왔는지 아이의 울음소리와 가족들의 웃음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그들의 기쁨 속에
나와 남편은 소리 없이 서로의 손을 맞잡고 참 많이도 울었다.
주변 사람 모두가 나의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었다.
하지만 나의 탓이어야만 내 마음이 차라리 나을 것 같은 시간들이었다.
내 탓도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내 아이를 그렇게 만들었단 말인가..
내 탓이다. 모든 게 다 내 탓이다..
나중에 하늘나라에 가서 아이를 만난다면 꼭 말해주고 싶다.
"
엄마가 널 정말 많이 사랑했다고."
하늘나라에 가면 엄마는 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우리그때 만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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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의 아이콘. 서러움 가득했던 80년대생. 행복추구형 워킹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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