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Jun 17. 2023

적과의 동침


무서운 적이 나타났다. 며칠 째 밤마다  나의 곁을 맴돌고 있는 적으로부터 오늘만큼은 깊은 수면의 시간을 사수해야만 한다.


밤새 아기 울음소리에 지쳐 1분만, 1분 만을 외치던 산모의 심정으로 이불로 얼굴을 덮어 보기도 하고, 휘휘 밤공기를 가르며 두 팔로 저어 보기도 했다. 어쩌다 적의 심상치 않은 공격이 얼굴을 강타할 때면,  사납게 내 얼굴에 싸다구를 치는 어처구니없는 자충수를 두기도 했다.


결국, 장 시간의 전투 끝에 벌게진 얼굴의 상흔을 입고서야 적으로부터 더 이상은 물러설 곳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전투 무장을 하기 위해 벌떡 일어났다.

적의 동태를 살피기 위해 불을 켰다. 하지만 1분에 800번의 날갯짓으로 전투력을 불사르고 있는 적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번 전투는 꼭 이기리라 씩씩대며 커튼을 흔들어 보기도 하고, 이불을 들춰보기도 했다. 하얀 천장을 올려다보며 여기저기 밤새 적과의 전투로 지친 새빨개진 눈동자로 적의 흔적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고도 한참 적의 동태를 파악하지 못해 최후의 병법을 쓰기로 했다.

가스실!!

숨겨둔 막강한 가스총을 분사하고 안방문을 닫아걸고 적이 자멸하길 기다렸다. 5분이면 다 죽었겠지? 걸어 잠근 안방 문을 열고 창문을 열어 시원한 밤공기로 적이 죽어가며 내뿜어냈을 거친 숨소리를 잠재우며 적의 시체를 찾기 위해 또 한참을 그렇게 고군분투!


적의 시체는 찾았으나 이미 나의 전투력도 상실해 잠은 이미 달아난 상태의 시간을 보니 새벽 5시!!

올해 첫 전투는 이렇게 무승부로 끝났다.

적도 지고, 나도 진 싸움!

이제 시작인데, 속전속결의 병법을 찾아야만 한다. 하루속히!

#행주치마에 돌을 담을 수도 없고

#창과 방패로 싸울 수도 없는

#적과의 동침을 끝낼 방법 찾아 삼만리

작가의 이전글 김밥전이 먹고 싶어 김밥을 말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