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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Jul 16. 2023

하나를 비우고 하나를 맞이하다.

비 오는 날의 단상


로즈메리가 떠나간 자리에 제라늄을 심었다. 아파트에서 화분을 키우다가 뿌리내리지 못하고 떠나보낼 때가 가장 아쉬워지는 순간이다. 바깥 화단에서 키우면 살아 있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이 들 때마다 작은 정원이라도 딸린 주택에 살고 싶다는 유혹이 고개를 내민다.

마당에 나무 평상 놓고  앉은뱅이책상 하나 펼치고 글도 쓰고, 책도 읽고ᆢ등  따시게 드러누워 해님과도  밤하늘 별빛, 달빛과 말동무도 하면서 그렇게 살고 싶은 유혹이 스멀스멀 올라오곤 한다.


제라늄을 좋아한다.

조건만 잘 맞으면 사철 꽃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관목 하기도 쉬워 화분에 옮겨 심고 햇빛과 통풍에 신경 쓰면 잘 자란다. 엊그제 처음 방문했던 카페 화단에 예쁘게 피어있는 제라늄 화분들이 반가워  한참을 앉아 보고 있으니 카페 주인장께서 관목 하기 편하니 나눠드릴게요~하셔서 덥석 감사합니다란 인사가 튀어나왔다. 몇 포기 뿌리를 챙겨 주셔서 받아 로즈메리가 떠나 비어 있던 토분에 제라늄을 심고 자리를 잡아주며 잘 자라다오 마음을 담아 손길을 더다. 하룻밤이 지나고 나니 작은 꽃망울이 싱그럽게 얼굴을 내밀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는 인사 같아 미소로 답한다.


만남과 이별을 같은 레일 위에 올려놓고 살아가는 우리  인간들의 삶이지만 내 품에서 키워지는 무엇이라도 떠나보낼 때 속상하기 그지없다.  아쉬움도 잠시 산다는 것은 이렇게 새로운 만남의 인연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나도 모르는, 너도 모르는 시절 인연으로 다가와 또 한바탕 마음을 담금질하듯 서서히 젖어가며 살아가는 시간들을 보낸다. 우연한 자리에서 낯 모르는 인연의 마음을  선물로 챙겨 받은 제라늄 몇 뿌리로 로즈메리가 떠난 자리에 생기를 선물로 받 당분간 매일 아침 인사를 건넬 친구가 생겨 좋다. 

그래서 , 이별보다는 만남이 있어야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잊으려고 노력하는 것은

안 적이 없는 사람을 기억하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사랑해 본 적 없는 것보다는

사랑하고 이별하는 것이 더 나으리.

ㅡ알프레드 테니스경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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