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푸드 큐레이터 서윤 Jul 06. 2023

일상을 나누는 사이, 이웃사촌

가볍게 인사를 나누는 이웃이 있다.

3살, 6살 꼬마 아가씨를 키우는 옆집 윤희 씨는 나와 마주칠 때마다 눈인사뿐 아니라 예쁘게 말도 걸어온다.

'아니지.. 처음엔 내가 말을 걸었구나.'

장마철이라 습하고 후덥지근한 더위를 식히고 싶어 마침 상가에 아이스크림 할인점을 들렀다 들어오는 길이었다. 봉투값 50원을 아끼고 싶어 내 작은 가방 안에 아이스크림을 수북이 담아 왔었다. 혹시나 떨어트릴까 품에 안고 엘리베이터에 올랐는데 마침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서는 윤희 씨와 마주쳤다.

오후였지만 더위가 매서워

 "산책 가시나 봐요. 많이 덥던데.." 한 마디 건넸다.

"아, 네. 아이가 칭얼거려서요."

"더우실 텐데 아이스크림 하나 드실래요?"

"어머나, 감사합니다. 드시려고 사셨을 텐데?"활짝 웃으며 받는다. 옆에 있던 6살 꼬마 아가씨는 나의 손에 들린 아이스크림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혹시 아이한테도 줘도 될까요?" 조심스레 윤희 씨에게 물었다.

우리 아이들 어렸을 때 마트에서 파는 아이스크림은 먹이지 않았던 터라 혹시나 하는 마음이 일어 물어보았다.

"아, 네. 아줌마한테 고맙습니다~하고 인사해야지"

아이스크림을 받아 든 아이가 찰랑거리는 목소리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했다. 그때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 참 유난히도 키웠구나 싶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판 아이스크림을 먹이기 보다 과일 한 박스씩 손질해서 여름철 내내 과일을 갈아 아이스크림 모양 틀에 얼려서 만들어 먹였던 기억이 났다. 그런 모습을 본 친정 엄마는 고생도 사서 한다고, 유난하게도 키운다며 혀를 끌끌 차셨었다.


초등학교 5학년까지 아토피가 심했던 큰 딸아이를 키우다 보니 음식 재료부터 만드는 법까지 건강식으로만 만들어 키어야 했기에 몸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덕분에 음식 만드는 일로 밥벌이를 하고 있으니 세상만사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다 이유가 있는 듯하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건네주고 난 뒤에 스스럼없이 인사를 나누며 이것저것 여러 반찬을 만들 때면 가끔 나누어 주는 사이도 되었다. 아이들 키울 때 누가 옆에서 뜨듯한 밥상 한 번만 차려줘도 든든했었던 때가 떠올라 엄마 마음이 되어 이웃사촌 핑계로 몇 번 나누어 주었다.


오늘도 엘리베이터에서 인사를 나누고 집에 들어왔는데 잠시 후 초인종이 울렸다. 옆 집 윤희 씨였다. 시골 친정 부모님이 보내온 야채들이라며 그동안 맛난 반찬들 챙겨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왔다.


잠이 부족한 듯 그녀의 얼굴에 내려앉은 다크서클이 함박웃음 짓는 미소에 가려져 아름다워 보인다. 그녀의 마음이 고맙다. 요즘에 이웃사촌이 어디 있냐며 눈인사도, 나누는 마음도 내기 쉽지 않다고 하는데 이렇게 서로 가벼운 인사라도 나눌 수 있는 이웃사촌이 생겨 참 좋다. 겉절이도 담고 오이깍두기도 담아 예쁜 이웃사촌과도 나누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초록빛 향긋한 미나리 밥새우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