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상이 나타난 지 4년이 넘어가는 시점이었다. 그날 의사 선생님은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는 의사 선생님의 충고대로 내게 병명을 숨겼고 난 녀석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한 상태였다.
네 이름을 알게 된 건 그로부터 3년이 지난, 2022년의 어느 봄날. '환자가 이 병명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게 더 낫다'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에 그동안엄마는자신 또한 녀석에 대해 까맣게 잊어버렸고, 그래서 무려 7년이 지나고 나서야 난 네 이름을들을 수 있었다.
전환장애
*마음속의 감정적 갈등이 신체적 운동 기능이나 감각 기능의 증상으로 나타나는 장애
생애 처음 듣는 병명.멱살을 잡고 싶은이름. 분한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던 고등학생이 검색창을 붙들고 있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 아이는 불편한 몸을 웅크리고 어둠 속에서 홀로 불안에 떨고 있었다. 무슨 무슨 큰 병을 상상하고 무서워하면서.
병원을다니며수많은 의사들은 봤다.그들은 다 같이 짜기라도 한 듯 원인을 모르겠다고 했다. 무슨 심각한 병에 걸린 거였다면, 차리리그게 더 낫겠다고생각할 지경이었다.배부른 소리라고 할 수있지만고통을 해결할 방법이 단 한 개도 보이지 않았다. 나 같은 사람은 이 세상에 나밖에 없을 수도 있다는 커다란 공포감.
'그렇게 오리공주는 영원히 자신의 병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답니다'라고끔찍하게 진행될 뻔한 이야기가 다행히 이모의 존재를 통해 좀 더 인도적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언니 기억 안 나? 전에 병원에서 그럴 수도 있다고 했다며"
엄마는동생과얘기를 나누다 다시 병명을 떠올리는데 성공했다. 난 이름을 듣자마자황급히 네이버를켰고 검색창에 네 글자를쳤다. 그런데 검색 결과에 뭐가 나오는 게 없었다.이 자식이 여태 나만 괴롭혀 온 걸까.어떤빽빽한 글을 보긴 했는데 무슨 발작에 관련된 내용이었고일단내 증상과 많이 달랐다. 과연 내가 전환 장애가 맞는건지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자 엄마는 의사 선생님이 '전환 장애일 수 있다'라고 했지 '전환 장애다'라고 날 판정하지는 않았다고 했다. 그런 섭섭한 소리를듣고만 있자니 마음이 아프다.어떻게 안 이름인데.전환장애라는 병을 알게 된 이상 반드시 이 고통이 전환 장애 때문이라는 걸 확인받아야 했다.
몸이 불편해서 단순히 몸의 문제인 줄 알았다
그동안 뻘짓을 했던 이유가 여기에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원인은 오히려 마음속에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마음이 힘든데 올바르게 풀지 못하니 몸이 알아달라고 외치는 것이었다.오랫동안 날 괴롭게 압박하던 불편함의 실체였다.
다행히 난 현재 전환 장애가 있음을 판정받았다.끝이 없어 보이던고통도 이해 못 할 증상도병의 존재와 원인을 알게 됨으로써점차 나아졌다.여기까지 오는 길이 쉽지는않았으나새끼손톱만큼도 안 됐던 희망이 이젠 엄지발가락 크기 정도는 되는 것 같다.TMI지만 양쪽 엄지발가락 다 큰 편이다.가족들이 웃기다고 놀렸었는데.. 지금은 감사하게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