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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공주 May 08. 2024

첫 만남은 갑작스러웠다

전환장애 START




2015년 . 고등학교 2학년으로 올라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 평소처럼 보도블록 위를 걷는 중이었다. 나는 녀석과 마주쳤.



누군가 뒤통수를 잡아당기는 듯한 느낌. 가만히 서 있기 위해선 애먼 데 힘을 줘야 했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기우뚱하고 넘어질 것 같았다. 허리를 펴면 중심을 잡아주던 균형감각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교실에 들어가 의자에 앉으면 척추가 꼬리뼈부터 정수리까지 뻣뻣해졌다. 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렀다. 허리를 펴기 위해 애썼으나 바보 같은 짓이었다. 그럴수록 몸의 중심은 갈대처럼 흔들렸고 집에 돌아오면 긴장한 근육을 풀지 못해 쉴 수 없었다.



아무도 내게 문제가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했다. 오히려 오리공주는 자세가 좋네,라는 소리를 들었다.



끔찍하고 고통스러웠는데 겉으로 보이는  무서울 만큼 멀쩡했다



녀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우린 그냥 냅두면 괜찮아지겠지 싶었다. 너무 오래  앉아있어서 그런 거겠지, 고등학생은 종종 그러니까, 뼈에 문제가 생긴 거 아니겠어, 하며 가족들은 날 안심시켰다. 나도 그렇게 믿기로 했다. 간단한 물리치료와 학업을 병행하며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나 순진한 짓이었다. 좋은 소식은 휴가나 갔는지 묵묵부답이었던 것이다.



한참을 버티다 도저히 참을 수 없어진 이후로 병원 순례를 시작했다. 부산에 있는 큰 병원은 다 방문했던 것 같다. 피검사, CT, 엑스레이. 할 수 있는 모든 검사를 하고 동그란 기계통 안에 들어갔다 나왔다. 결과적으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냥 척추가 약간 틀어진 정도.



그럼 난 뭐가 문제일까. 무섭고 혼란스러웠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건지 자문하며 신세를 한탄했다. 온 근육이 불편하다고 울었다. 자기들이 알아서 편해져야 할 텐데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 구니 돌아버릴 같았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바닥에 드러누워 조금이라도 덜 불편한 자세를 찾아 벌레처럼 꿈틀거리는 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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