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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리공주 May 12. 2024

전환장애 증상과 개인적 증상

너와 사귀며 일어난 일




브런치에 글을 쓰기로 마음먹은 것도 큰 용기였지만, 혹시라도 독자들에게 잘 못 된 정보를 전달하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난 현재 다니고 있는 병원으로 튀어가 의사 선생님께 녀석에 관련된 정보를 요청드렸다. 흔쾌히 도움을 주신 덕분에 신뢰할 수 있는 자료받아왔다.


한 장씩 넘겨보니 녀석의 사악한 계획이 드러났다. 데이트 코스는 크게 두 가지로 묶이는 듯했다.  째 '운동 기능' 코스. 둘째 '감각 기능' 코스였다.



1. 운동 기능의 변화

사지의 근력 약화 혹은 마비, 안검 하수증(눈꺼풀 처짐), 발성불능, 진전, 보행장애 등


2. 감각 기능의 변화

실명, 청력 소실, 시야 제한, '양말-장갑' 무감각증 등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것도 있다(물론 경험해보고 싶지도 않다). 마비, 발성불능, 실명, 청력 소실 같은 것들이 그렇다. 개인적으로는 근력 약화와 진전, 보행장애와 가깝게 느껴진.


녀석과 사귀며 겪었던 극악무도한 일을 아래에 적어봤다.



1. 바른 자세를 취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법을 완전히 잊어버렸다고 보면 된다. 허리는 어떻게 펴는 걸까. 지금 제대로 누워 있긴 한 건가. 늘 의문이다.


2. 모든 행동이 '어떻게 움직일까'라는 생각과 함께한다


밥을 먹을 땐 '숟가락을 이렇게 들고 위치에 있을 입에 넣어야겠다'라고 생각하며 먹는다.


3. 이게 올바른 자세군, 아니다 잘못된 자세였구나! 깨닫기를 반복한다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자세를 찾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디에 힘을 줬는지 기억하고 최대한 오래 그것을 유지하도록 애쓴다. 그러다 깜빡 잊어버리면 다시 기억해 내야 하는데 오롯이 나의 몫이라 외로운 싸움의 연장이다.


4. 하기 싫은  몸부터 반응한다


불안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신체부터 격렬히 거부한다. 일단 마음이 편해야 사람다운 자세를 유지라도  수 있다.


5.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일상생활이 안 된다


마치 녀석의 꼭두각시가 된 기분이다. 힘이 잔뜩 들어간 몸에 긴장을 풀  없고 온몸의 근육이 흉통을 향해 오그라드는 것 같다. 시멘트가 된 느낌. 억지로 끌고 가 봐도 얼마 안 가 못 버틴다. 이후로는 몇 날 며칠을 누워 있어야 회복된다.


6. 의지가 찬물같이 식는다


쉼, 이란 잠에 깊이 빠졌을 때뿐. 눈을 떴을 때부터는 신경 써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계속 잠만 자고 싶다. 무언가를 하고자 하는 의지가 많이 떨어진다.


7. 늘 기분이 좋지 않다


아무래도 그렇다.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8. 눈이 피로하다


무언가를 쳐다보는 게 어렵다. 사진을 찍기 위해 카메라를 응시하면 눈알이 뒤집어진 듯 불편하다. 녀석이 속삭이는 것 같다. '네가 무슨 사진이야!'


9. 오래 집중할 수 없다


자세가 불편하니 이리 바꾸고 저리 바꾸면서 버티다 침대로 직행한다.


10. 사회성이 떨어진다


 몸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벅찬데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신경 쓰자니 에너지가 남아나지 않는다. 혼자 있고 싶다. 녀석은 좋아라 한다.


11. 기억력이 떨어진다


처음 증상이 시작된 고등학교 시절. 그때를 돌아보면 기억이 흐릿하다. 오히려 초, 중학교 시절의 기억이 더 선명하다. 최근에 겪었던 경험, 사람들과 나눴던 대화 같은 것들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12. 회피 성향이 강해진다


피하는 스킬이 바퀴벌레 급이다. 안 그래도 미룰 수 있는 건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던 나였는데. 불편하니까, 힘드니까,라는 생각으로 대부분의 성가신 일을 회피하려 한다. 녀석에게서 벗어나고자 하는 마음 또한 그렇다.




(개인적으로 느꼈던 증상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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