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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는사람소소 Nov 04. 2020

소소시담 1. 엄마의 사랑노래




엄마의 사랑노래

소소

엄마라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나 둘 뿐인 놀이터에
뜨겁게 햇빛이 내리쬐는데
엄마라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방금 먹였는데 배고프다고 손가락 빠는 소리
잠들어서 눕혔는데 다시 안으라고 징징대는 소리
목욕시키자마자 뿌지직 응가하는 소리
엄마라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여보 출근하지마 수없이 뇌어보지만,
연애 시절 단둘이 걷던 대학로
맛집 돈까스도 그려 보지만
엄마라고 해서 자유를 모르겠는가
무릎에 와 닿던 원피스 자락의 부드러움
떠나라고 떠나라고 속삭이던 여행책자
유모차 끌고 지나가던 카페 앞에 퍼지던 커피 향기
엄마라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그러나 엄마이기 때문에 이것들보다
이 모든 것들보다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가난한 사랑 노래
-이웃의 한 젊은이를 위하여

신경림

가난하다고 해서 외로움을 모르겠는가
너와 헤어져 돌아오는
눈 쌓인 골목길에 새파랗게 달빛이 쏟아지는데
가난하다고 해서 두려움이 없겠는가
두 점을 치는 소리
방범대원의 호각 소리 메밀묵 사려 소리에
눈을 뜨면 멀리 육중한 기계 굴러가는 소리
가난하다고 해서 그리움을 버렸겠는가
어머님 보고 싶소 수없이 뇌어 보지만,
집 뒤 감나무에서 까치밥으로 하나 남았을
새빨간 감 바람 소리도 그려 보지만
가난하다고 해서 사랑을 모르겠는가
내 볼에 와 닿던 네 입술의 뜨거움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속삭이던 네 숨결
돌아서는 내 등 뒤에 터지던 네 울음
가난하다고 해서 왜 모르겠는가
가난하기 때문에 이것들을
이 모든 것들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  








신경림 시인의 '가난한 사랑노래'는 고등학생 시절 참 좋아했던 시 중의 하나이다. 
가난도, 사랑도 제대로 알지도 느껴보지도 못 했던 때이건만 
이 시를 읽을 때면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고 
눈 쌓인 골목길 가로등 곁에 우두커니 서 있는 '그'의 쓸쓸한 모습이 보이는 듯 했다. 

시노트에서 다시 이 시를 발견했을 때 
나도 모르게 '가난'이라는 단어가 '엄마'로 바뀌어져서 읽혔다. 

엄마가 되기 전에는 
엄마가 된 후 이렇게 자주 외로움, 두려움, 그리움을 느끼게 될 줄 알지 못했다. 
그렇기에 엄마로써 느끼는 그 감정들이 더욱 당혹스러웠다. 
엄마가 된다는 건 
오로지 기쁨, 감사,행복으로만 이루어진 일인 줄 알았었기 때문이다. 

엄마가 되려는 누군가에게 
미리 얘기해주고 싶다. 
엄마가 된다는 건 
오로지 기쁨, 감사, 행복만으로 이루어진 일은 아니라고...
하지만 참 다행인 것은
그 모든 외로움과 두려움을 뛰어넘을 사랑이 
내 안에서 자란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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