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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쑤우 Jul 07. 2021

동료의 친구는 나의 친구.

친구가 된 동료들.

 미국이 개인주의라고 하는데 강제적인 회식 문화는 없지만 친한 동료들끼리는 주말에 브런치 모임을 같이 하기도 하고 퇴근 후 바에 가서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물론 친한 동료에 한정이다. 정말 친한 사이는 생일 파티도 같이 하고 다양한 모임을 함께 즐긴다.


 뉴욕의 인간관계에서 제일 신기했던 것은, ‘위아더월드, 그들의 친구는 나의 친구’이다.


 회사 동료가 이직을 하고 그 동료들과 모임을 가질 때 서로 연락해서 가까이에 있으면, 난 한번도 본적이 없는 그들의 모임에 바로 초대 되기도 한다. 처음 보는 낯선 사람이 갑자기 끼어들면 어색할 만도 할 것 같은데, 아무도 의아하게 생각하지도 어색해 하지도 않는다.


 비용은 각자 계산하고, 서로의 관심사 등에 대해 이야기 한다.

주로 패션 회사에 다니는 친구들이기 때문에 옷에 대한 이야기도 하지만, 그래도 제일 빈번한 주제는 회사 생활 이야기다. 가끔은 최근 음반을 낸 가수나 이슈가 되는 스타 혹은 맛집 등에 대해 떠들기도 하지만.



  A는 테크니컬 디자인 팀이다. 입었을 때 실루엣을 예쁘게 만들 수 있도록 옷의 구조를 디자인한다. 난 A와 같이 일하지는 않지만, 샘플을 공유할 때가 종종 발생하면서 친해졌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A는 나에게 패션 뉴스를 이야기 하는 것을 좋아했다. 왜 나와 패션에 대해 토론 하려 하는지 의아 했고 별로 할 말이 없었지만, 너무 계속 얘기하니, 나도 뉴스를 관심있게 보게 되고 그에 대한 의견도 같이 떠들어줬다.


 역시 어디서든 수다는 사람을 친해지게 만든다.


“티 마시는 거 좋아해?”

A가 나에게 물었다.

“응 좋아하는데, 별로 티에 대해 아는 것은 없어.”

“내 남자친구가 소호에 티 카페를 여는데 오픈일에 오지 않을래?”


 오~ 내가 아는 누군가가 뉴욕 한복판에 매장을 내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오픈일에 방문하는 것이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 같다.

게다가 A의 남자친구가 티에 조예가 깊다고 하니 기대된다.


 A가 다른 동료들을 함께 초대하지 않았기에 학교 친구와 같이 가겠다고 했다.


 드디어 오픈일이다.


 카페를 찾지 못해 소호를 계속 돌았다.

소호의 메인 스트릿이 아닌,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가게 근처에 작은 화랑들 사이에 위치하는 곳이었는데 다 비슷비슷해 보여서 헤매었다. 카페가 크지는 않았지만, 화랑이었던 곳을 개조한 곳이어서 뭔가 전시와 카페를 같이 하기에 좋아 보였다.


 A가 나와 친구를 맞아 주었다.

남자 친구 카페인데 A 친구들이 더 많이 와 있다.


 A는 LA 유명 패션 스쿨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왔다.

그녀의 친구들도 같은 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나에게 소개해주는데,

A의 친구들은 패션피플 완전체같다.


 스타일리스트 일들을 했었다 하는데, 아무래도 헐리웃 스타의 스타일리스트이지 않았나 싶다.


 그들이 너무 멋있게 옷을 입고 와서 깜짝 놀랐지만, 평온한 미소만 보였다.

그렇지만 마음속은 오늘 내가 왜 이 옷을 골랐을까 후회 가득이다.


 카페 오픈은 처음 가보는데, 음악을 틀어놓고 방문한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면서 티 시음을 계속 하게 해주었다. 티 카페이지만 방문한 친구들의 즐거움을 위해 약간의 술도 있었다.


 A의 남자친구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사람이다.

영국에서 가져 온 티라며 나에게 권하는데, 약간 매운 맛이 난다. 난 달콤한 밀크티가 좋은데.

내가 티에 대해 많이 알 것이라 생각한 것 같은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했다.


 여러가지 티에 대해 설명을 듣고 시음해보며, 룸메이트가 아티스트인데 언젠가 여기서 같이 전시해 보면 좋을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하니 흔쾌히 좋다고 했다. 집에 가서 얘기 해 줘야지.


 오늘은 A의 친구들이 나의 친구들이다.

소소한 이야기들을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LA 친구들은 그들만의 특색이 있어 재미있다.


  즐거운 모임이었는데 카페를 나오자 마자, 나와 친구의 발걸음이 무겁다.

“…LA 피플 원래 다 그렇게 옷을 잘 입어?”

“헐, 너도 그 생각했구나, 나 완전 충격”

“아~ 우리 이래서는 안돼. 분발 해야해”


 음... 그들은 신경도 안썼을 것 같은데, 우리만 불타 올랐다.



 후에 그 친구들 중 한명이 같이 일하게 되었다.

출근 할 때는 만나는데 퇴근은 언제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 진짜 많은 부서였다.

위로가 되는 건, 회사에 올 때 그도 끝없이 편안한 스타일을 추구했다는 것.

얼굴은 어느새 나보다 더 푸석해졌다.


 더이상 분발하려고 힘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 가볍다.


헤이~뉴욕 패션 회사에 온 걸 환영해!


Photo by Yutaca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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