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 이상의 자녀를 키우는 부모님들께서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무래도 자녀들이 서로 우애 있게 크는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도 어릴 때 부모님께 늘 듣던 말입니다.
“동생과 사이좋게 지내라”
“형 말 잘 들어야 한다.”
부모의 마음과는 다르게 첫째의 입에서,
“난 동생 싫어!”
“동생이 없어졌으면 좋겠어!”
라는 말이 나오면 부모의 마음은 돌덩이를 올려놓은 듯 무거워집니다.
동생을 미워하는 첫째의 마음은 어떤지 함께 들여다볼까요?
동생이 태어나기 전 첫째는 모든 어른의 사랑을 독차지 해왔습니다. 엄마도 나만 바라보고, 아빠도 나만 바라봤습니다. 내가 뭔가 요구를 하면 엄마, 아빠가 뭐든 다 해줬지요. 사람들이 예쁘다고도 하고, 늘 엄마 손은 나를 쓰다듬고 있었고요.
어느 날부터 엄마의 배가 부풀어 오릅니다. 나에게 동생이 생겼다고 하는데, 동생이 뭔지 아직은 잘 모르겠어요. 엄마의 배가 커지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지만, 저러다 엄마 배가 빵 터져서 엄마가 사라져 버리면 어쩌나 걱정이 됩니다. 엄마 배가 점점 커지더니 동생을 낳으러 병원을 간다고 하고는 엄마가 집에서 사라졌습니다. 아빠가 같이 있고, 할머니도 함께 있지만 나는 엄마가 보고 싶어요. 혹시 엄마 배가 터진 건 아니겠죠?
엄마를 보고 싶은 마음과 걱정이 되는 마음이 며칠이 지나가 엄마가 돌아왔어요. 나는 너무 기뻐요. 그런데 엄마 손에 아주아주 작은 아기가 안겨 있어요. 나 말고 엄마 품에 안긴 아기는 없었는데, 쟤는 누구인 거죠? 엄마가 이제는 나를 안아주지 않아요. 엄마의 손에는 늘 저 아가가 안겨 있어요. 쟤는 누군데 내 엄마를 빼앗아 간 거예요?
아빠도 할머니도 아가를 보고 웃어요. 나한테는 동생이 생겼다고 하는데 나는 쟤가 싫어요.
모든 어른들이 나한테 이렇게 말해요.
“이제 동생이 생겼으니까 ○○이는 형아가 됐네. 동생도 엄마도 ○○이가 잘 보살펴 줘야 해.”
나도 아직 세상이 무서운데, 내가 뭘 해야 하죠? 나도 엄마 품에 안기고 싶은데 쟤 때문에 내가 안길 공간이 없어요.
첫째 아이의 마음이 어떨 것 같은가요?
상실감, 불안함, 미움의 마음이 생길 것 같지 않나요?
《미움받을 용기》의 저자로 잘 알고 있는 심리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동생이 생긴 첫째를 「폐위된 왕」에 비유하였습니다. 폐위된 왕의 마음은 어떨까요? 그만큼 첫째에게 동생이 생겼다는 것은 매우 큰 사건이고, 충격입니다.
하지만, 부모님이나 주변 어른들은 첫째의 마음을 이해해 주지 못합니다.
둘째를 양육해야 하는 현실에 부딪치다 보니 첫째의 마음을 헤아려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긴 합니다.
그렇다면, 동생을 미워하는 첫째를 어떻게 양육해야 할까요?
둘째를 낳은 후 엄마의 눈에는 둘째보다 큰 첫째는 이제 거의 다 큰 것 같습니다. 자연스럽게 동생을 받아들일 것 같고, 동생을 충분히 도와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됩니다. 첫째도 아직은 아이이고 엄마의 손이 필요한 시기이지만, 상대적으로 둘째보다 크니 엄마의 손길이 그만큼 덜 가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첫째도 아직은 어려서 늘 엄마의 손길이 그립습니다. 둘째가 나이 차이가 적게 날 수록 아이가 엄마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더 커지지요.
첫째의 마음에 공감을 해주세요.
“엄마가 동생을 안고 있느라 ○○이를 못 안아줘서 속상했지? 이따, 동생이 잠들면 엄마가 그때 안아줄게.”
“동생이 ○○이가 만든 거 망가뜨려서 많이 속상하지? ○○이가 진짜 열심히 만든 건데 어떻게 하지? 다시 만들어볼까? 엄마도 도와줄게. 아직 동생은 이걸 지켜야 하는 걸 모르니까 동생이 망가뜨리게 하지 않게 하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째의 속상한 마음, 화나는 마음에 공감을 하고, 아이의 마음을 토닥여 주세요.
첫째의 눈에도 동생을 돌보는 엄마가 힘들어 보입니다. 그래서 엄마가 힘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가 나를 좀 바라봐 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를 도와주려고 합니다. 동생의 기저귀를 가져다주거나 휴지를 가져다주는 등 아주 작은 행동들로요.
이럴 때는 첫째의 행동에 반응을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엄마가 휴지 필요한지 어떻게 알았어? ○○이가 휴지 가져다주어서 고마워. 덕분에 엄마가 편안하게 휴지를 썼어.”
또는, 아이가 할 수 있는 것은 부탁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엄마를 도와주었다는 마음에 첫째도 뿌듯한 마음을 느끼기 때문이지요.
“엄마가 아기 기저귀기 필요한데, ○○이가 가져다줄 수 있을까? ○○이가 가져다주면 너무 고맙고 엄마가 동생 기저귀 가는 데 수월할 것 같아.”
아이가 가져다주면 고맙다며 등이나 엉덩이를 토닥여주는 것도 좋겠죠.
엄마를 돕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헤아려 칭찬과 고마움을 표현해 주세요.
엄마 혼자서 아이 둘을 돌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남편이나 다른 가족들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지원받으면 좋습니다.
엄마가 둘째를 돌보는 동안 첫째는 아빠와 바깥에서 놀고 오는 것이죠. 할머니나 할아버지, 이모, 삼촌의 도움을 받는 것도 좋고요.
둘째가 태어나면 첫째는 좋아하는 밖에 전처럼 자주 나갈 수가 없습니다. 그럴 때 가족의 도움을 받으면 아이도 에너지를 발산하고, 다른 가족들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남편이 둘째를 볼 수 있는 시간에 엄마는 첫째에게 집중을 해주는 것입니다. 엄마가 그리웠을 첫째에게 그 시간 동안 집중해서 함께 놀아주는 것이지요.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첫째는 엄마의 사랑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 둘 이상의 아이를 키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엄마와 아빠가 아이들에게 신경 써야 하는 양이 더 많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 5~6년 정도 아이들 각자의 마음을 헤아려주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첫째는 부모님께 받은 공감의 마음을 둘째에게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그때가 되면, 부모님들이 바라는 우애 좋은 형제로 커 갈 기틀이 마련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