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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화. 자기 표현을 어려워 하는 아이

by 행복마중 윤정란


사람이 살아가며 소통하는 수단은 언어입니다.

말과 글을 통해 내 생각과 마음을 전하고, 상대방의 생각과 마음을 받습니다.

내 마음을 전달하지 않으면 상대방은 나의 마음을 전혀 알 수가 없습니다.

이렇게 소통은 삶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지요.

그러나 이런 소통을 어려워하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놀이치료실에서 만나는 아이들 중에서

친구가 때리는데 아무 말도 못 하고 가만히 있는 경우도 있고,

친구의 놀이 규칙이 못마땅한데 말없이 따라 하고, 집에 와서 화풀이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의견이 맞지 않을 때 친구의 이야기에 바로 반박하려는 말이 나오지 않아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있고요.


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입을 열면 말이 바로 나오니 쉬울 것 같지만,

그냥 말하는 것과 내 마음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또래관계에서는 정확한 의사 전달이 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이 잘되지 않을 경우 또래관계가 어려워집니다.

초등학교 전까지는 엄마가 많은 부분을 함께하고 해결해 주기에 별문제가 없어 보이지만,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엄마의 손이 떠나는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자기표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 많습니다.


자기표현이 어려운 아이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 볼 기회가 적었거나 표현을 했어도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험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가 말하기 전 부모가 다 해주는 모습이 많은 가장에서 자라는 아이, 엄격한 부모 밑에서 부모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생활하는 아이들이 자기표현의 경험이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경험을 했다면, 아이 입장에서는 나의 마음과 생각을 표현하기는 어려워지지요.

환경의 영향이 아니라 기질적으로 수줍음이 많고 느린 기질의 아이들은 자기표현의 경험이 적을 수 있습니다. 수줍어서 잘 표현을 하지 않거나, 하려고 준비하는데 이미 그 상황이 지나버린 경우이지요.

그렇다면, 내 아이가 자기표현이 어렵다면 우리는 부모로서 어떻게 해주어야 할까요?




자기표현이 어려운 아이, 육아법


1. 아이를 기다려 주세요.


기질 적으로 아이가 수줍음이 많고 느리다면, 이때는 부모님이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이런 아이들은 다그치면 다그칠수록 더 숨어 엄마에게 했던 표현마저도 안 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표현을 할 때까지 천천히 기다려주어야 합니다.

“천천히 말해도 괜찮아. ○○이가 말해줄 때까지 엄마는 기다리고 있을게.”

“지금 말하기 싫으면, 이따가 다시 얘기해 줄래?”

부모의 인내심을 많이 요구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마음의 문을 열고 이야기를 할 때까지 기다려주면 점점 아이가 표현하는 데까지 시간이 줄어드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2.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 주세요.


부모는 아이보다 몇십 년 세상을 더 살았습니다. 이건 해서 될 것, 이건 해도 안 될 것 들이 바로 눈에 보이죠. 아이의 어리숙한 모습이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부모인 우리도 어리숙하고 실수하며 배운 과정을 통해 지금에 이르게 되었지요.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아이의 의견이 위험한 것이 아니라면, 아이의 의견을 받아주고 그 방법이 아닌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아이의 시선을 따라가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내가 스스로 결정해서 해 본 경험과 부모의 요구에 따라 하기만 했던 경험의 차이는 아이가 커 갈수록 점점 벌어지게 됩니다.


3.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세요.


우리가 나를 표현하는 것은 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글로 나를 표현할 수도 있고, 그림을 통해, 놀이를 통해 나를 표현하기도 합니다.

아이가 어릴수록 말로 표현하기가 어려워 놀이나 그림의 매체들을 활용하면 아이의 마음을 더 잘 알 수 있습니다. 놀이치료의 원리이기도 하고요.

점토를 조물조물하며 긴장되거나 두려운 감정을 이완시키기도 하고, 그림을 통해 내가 원하는 세상,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을 표현하기도 합니다. 놀이를 통해 억압된 감정을 표출하기도 하지요.

아이가 활동하는 모습들을 잘 관찰하며 어땠는지, 어떤 기분이 드는지 감정을 물어보며 아이가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차츰차츰 늘려주세요.




나를 표현하는 것도 결국은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편안하게 말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아이의 자기표현력이 늘어나고, 자신감도 생기면서 또래관계도 개선됨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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