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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화. 아이가 친구에게 맞고 오면 속상해요

by 행복마중 윤정란


지난주에 「친구를 때리는 아이 육아법」에 대해서 글을 썼습니다.

친구를 때리는 아이가 있다면, 반대로 친구에게 맞고 오는 아이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친구에게 맞고 들어온 모습을 보면 부모로서 화가 머리끝까지 납니다. 어떤 놈이 소중한 내 아이를 때렸나 싶은 마음에 당장이라도 달려가 그 아이를 혼내주고 싶습니다. 그 집에 찾아가 부모에게 뭐라고 퍼붓고 싶어집니다. 그러나 현실을 고려하면 내 마음대로만 할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속상한 마음에 아이를 잡게 되지요.

“왜 맞고 왔어~ 너도 한 대 때려주지 그랬어.”

“넌 왜 바보같이 맞고만 있었어? 말도 못 해?”

하면서요.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는 수치심을 느끼며 더 위축이 됩니다.

친구에게 맞은 것도 속상한데 엄마, 아빠 이야기를 들으니 내가 뭔가 잘못한 것 같거든요. 내가 부족하고 못났다고 생각이 들고, 숨고 싶어집니다. 다음에는 엄마, 아빠에게 말하기 싫어집니다. 또 혼날 것 같고 내가 바보같이 느껴지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친구에게 맞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요?

아이는 너무 당황스럽습니다. 당황해서 내가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모르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머릿속이 하애졌다고 말하는 아이들도 있고요.

이러한 이유는 아이들이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대처 방법이 잘 숙달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친구에게 맞고 왔다면?


1. 편안하게 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내가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기질적인 이유와 환경적인 이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기질적인 이유는 쉽게 바꿀 수는 없지만 환경적인 이유는 가정에서 빠르게 바꿔줄 수 있습니다.

너무 허용적이거나 반대로 너무 억압된 환경에서 자란 경우 아이들이 부당한 상황에서 적절하게 말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너무 허용적인 환경이라면, 아이는 자신의 모든 것이 다 받아들여지기에 거부 받는 느낌을 알지 못합니다. 말하기 전에 뭐든 다 이루어지는 환경에 있다 보니 내 의견을 표현하는 기회가 적어집니다. 이런 경우 오히려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들어갈 때 들어가고, 빠질 때 빠지면서 대화하는 방법에 서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억압적인 환경이라면 아이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는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하지 못합니다. 내 말을 해도 혼나기만 하고 받아들여지지 않기 때문이지요. 억압적인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집에서 억압받았던 것을 또래 관계에게 그대로 하는 경우도 있고, 반대로 할 말을 못 하고 머뭇거리는 상황에 놓일 수 있게 됩니다.


너무 허용적인 분위기의 가정에서는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말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고, 아이의 모든 것을 다 받아주기보다는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의 경계를 지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억압적인 분위기의 가정이라면 아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아이의 의견도 반영해 주는 분위기로 바꾸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렇게 아이가 집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의견이나 요구를 이야기할 수 있는 환경에서는 자신의 부당함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습관이 만들어지며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부당함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됩니다.


2. 아이의 감정을 토닥여주세요.


친구에게 맞고 많이 놀랐을 아이의 감정을 부모의 화나고 억울한 감정보다 먼저 읽어주세요.

왜 맞고 왔냐고, 너도 한 대 때려주지 그랬냐고 울분을 토로하기보다는 그 상황에 당황했을 아이의 마음을 먼저 들어주세요. 아이의 감정에 공감해 주고, 엄마도 속상하다는 마음을 함께 표현해 준 후에 다시 그런 상황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이와 이야기를 해보는 것입니다.

친구에게 아프다고 때리지 말라고 말을 해보는 연습을 하는 것도 좋고,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 힘들다면 이런 경우는 선생님께 말씀드려도 괜찮다고 이야기를 하면서 아이와 방법을 찾고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든 부모님에게 말해도 괜찮다는 것을 아이가 느끼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부모님이 내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고 있다고 느끼면 아이는 스스로를 지키는 힘도 기르게 되기 때문이지요.


3. 부모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아이들끼리 놀다가 장난으로 일어난 일일 수 있기에 아이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부모님께서 뒤에서 지지해 주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상황이 간단하지 않아 보인다면 이때는 적극적인 부모님의 개입이 필요합니다.

선생님께 연락을 취해서 상황을 알아보고, 그 아이가 내 아이를 다시는 때리지 않도록 하굣길에 잠시 이야기를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또래와의 관계에서 가장 좋은 것은 아이들끼리 해결을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상황이 심각하다면 부모의 개입이 신중하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아이가 힘들 때, 내 뒤에 든든한 부모님이 계시다는 것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세상을 당당히 살아갈 용기를 얻기 때문이지요.




아이가 맞고 와도 속상하고, 때리고 와도 속상한 것이 부모의 마음입니다.

어느 선에서 부모로서 내가 개입을 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부모 역할이 어려운 것이 아닐까 싶은데요. 아이가 또래들과 건강하게 지내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가정에서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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