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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매일 남기는 흔적들

by 행복마중 윤정란



학원을 다녀온 아이가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더니 식탁 위에 올려둡니다.

뭔가 하고 보니 몽당연필이네요.

그림을 그릴 때 깍지를 끼워 그리다 보니 연필이 아주 짧아질 때까지 쓸 수가 있네요.

몽당연필의 숫자만큼 아들이 그림 연습을 열심히 하고 있다는 증거이겠죠.

아들은 매일매일 몽당연필의 길이가 짧아지는 만큼 그림 실력도 늘고 있을 거고요.



며칠 전 남편과 달력을 보다가

“벌써 4월이 다 지나가네. 아무것도 한 게 없는데.”

라며 한숨을 쉬며 이야기를 했죠.

“꼭 뭔가를 해야만 하나? 그냥 하루하루를 보내도 괜찮은 거지.”

라며 제 말에 남편이 대답을 합니다.

듣고 보니 그렇네요. 뭘 그렇게 열심히 살아야 할까 싶기도 해요. 매일매일 평온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하고요.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뭔가 허전함도 생깁니다.

뭔가를 해서 성과를 이루고,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 같은 것이 저에게 있나 봅니다.

어쩌면, 내 계획대로 하루하루가 흘러가지 않는 불만에 이런 생각이 들 수고 있겠다 싶었고요.



다시 한번 생각해 봅니다.

나는 매일 뭘 남기고 싶은 걸까?, 매일 뭘 남기면 좋을까? 하고요.

매일 저의 글들이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글을 잘 쓰던 못 쓰던 말이죠.

제 노트북에도 저의 글들이 많이 저장되면 좋겠다 싶습니다.

또 하나는 저의 마음 성장이 매일매일 일어났으면 좋겠습니다. 제 마음도 잘 보듬고, 가족의 마음도 잘 다독여주고, 저를 만나는 사람들의 마음도 잘 다독여줄 수 있도록요. 그래서 매일 책도 읽고, 공부도 하려는 것이겠죠.

아직은 제 마음만큼 하루의 성과가 쌓이지는 않지만, 점점 더 늘어나기를 바라봅니다.



아들의 몽당연필.

바라보고 있으니 참 귀엽습니다. 아들의 손때가 묻어서일 수도 있고, 그만큼 노력하는 아들이 기특해서 일 수도 있겠죠.

아들의 몽당연필 수만큼, 그림을 그리는 스케치북이 늘어나는 수만큼 저도 마음의 단단함과 노트북의 글의 양을 점점 늘리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저를 찾는 방법이기도 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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