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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의 의미

by 행복마중 윤정란


오늘이 우리 부부가 결혼한 지 햇수로 20년, 만으로 19년이 되었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흘렀다니. 아니, 우리 부부가 20년을 함께 살고 있다니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결혼하고 몇 년 동안은 결혼기념일은 꼭 챙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남편이 잊기라도 하면 그렇게 서운할 수가 없었다.

올해 시작하며 달력에 가족의 생일, 중요한 날들을 적으면서 결혼기념일은 쏙 빼먹었다. 솔직히 어제까지만 해도 생각도 못하고 있다가 밤에 잠들 무렵 '내일이 결혼기념일이네!'라며 나도 놀랐다. 그 사이 내가 이렇게 무심해지다니.


우리 부부는 기념일을 딱히 챙기지는 않는다. 기념일 뭐 하자 하며 준비하면 오히려 실망감이 커져서 그랬던 것 같고, 기념한다고 지출하는 비용들도 어느 순간부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감정이 많이 메마른 건지도, 삶에 찌든 건지도 모르지만, 수수하게 보내는 기념일이 더 마음이 편하다.


오늘은 신랑이 쉬는 날, 나는 출근을 해야 하는 날.

냉장고에 있는 반찬으로 차린 것이지만, 집에 들어오는 시간 맞춰서 결혼기념일이라고 저녁을 차려놓은 남편. 귀엽다.


빵을 좋아하는 나를 위해 준비했다는 모습도 귀엽고.


결혼기념일이라고 특별한 건 없는 일상과 같은 날이지만, 서로는 생각하는 마음만은 가득했던 하루이다.

저녁을 먹고, 야식을 먹으며 우리가 함께 만들어 온 20년의 시간이 기특하다고 서로를 다독였다. 앞으로도 이렇게 쭉 함께하기를 약속해 보았다.


우리 부부에게 결혼기념일은 일상이지만 함께 했던 시간의 소중함에 의미를 부여하는 날이다.

내년 결혼기념일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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