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매일 다양한 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다. 아무 소리도 듣지 않는 시간이 있을까? 집에서 혼자 있는 시간이라고 해도 내 심장이 뛰는 소리, 시계가 째깍째깍 움직이는 소리들이 들린다. 어떤 소리를 듣기 싫어 귀를 막게 되지만, 어떤 소리는 계속 듣고 싶어진다.
우리는 소음에 항상 노출이 되어 있기에 조용함을 견디기 힘들어 일부러 '백색 소음'을 찾기도 한다. 나도 백색 소음이 있는 것을 좋아하지만, 언젠가부터는 고요함 속에 묻혀 지내는 것도 좋아한다. 집에서 고요하게 있다 보면 자연발생적인 소리들이 들려온다. 대표적인 것이 새소리이다. 자연의 소리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고 편안함을 준다. 그러나 내가 진짜 좋아하는 소리는 따로 있다. 바로 [아이들의 놀이 소리]이다.
어린이집 교사를 할 때는 아이들의 소리가 좋지만은 않았다. 교실에 있으면 "선생님"하고 나를 부르는 소리를 하루에 최소 100번은 듣는다. 친구를 이르는 소리, 친구와 놀다가 싸우는 소리, 갑자기 우는 소리, 용변을 보고 뒤처리를 위해 부르는 소리 등등. 아이들의 소리는 대부분이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였다. 출근해서 퇴근할 때까지 20명의 아이들과 함께 하는 공간에서 내 귀는 쉴틈이 없었다. 가끔은 "웅~ 웅~"하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기도 했으니까.
보육교사 2년 차에 일주일의 휴가를 온전히 받게 되었다. 평일 낮에 거리를 걷다가 어린이집에서 흘러나오는 아이들의 놀이 소리가 얼마나 감미롭게 들렸는지 모른다. 재잘재잘재잘.
내가 그 공간에 함께 있을 때는 나를 힘들게 하던 소리가 그곳을 떠나 제삼자의 입장에서 들으니 너무나도 아름답게 들려서 놀랐던 적이 있다. 그 후로는 놀이터든, 어린이집이든, 어디서든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면 귀여운 아이들의 모습이 떠올라 혼자 미소 짓고 한다.
어린이집을 그만둔 후 아이들의 소리를 매일 듣지는 못하지만, 아이들의 소리를 가장 많이 들을 수 있는 시간이 있다. 아침 8시 30분~9시 30분과 오후 4시 30분~6시 30분이다. 아침에는 등원하고 등교하는 아이들의 소리이고, 오후에는 하원하고 하교해서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의 소리이다. 이 시간에 집에 있을 때는 일부러 창문을 열고 아이들의 재잘재잘 떠들고 노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내가 교실에서 힘들어했듯이, 부모들도 아이를 케어하느라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조금 떨어져서 들으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가 아이들 소리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오늘도 오후시간에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아이들의 귀여운 모습을 상상해 보기도 하고, 아들이 어렸을 때 함께 했던 시간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어린이집에서 아이들과의 함께 했던 시간들을 떠올리며 나만의 추억여행 중이다.
보육교사를 하며 늘 바라던 것이 있었다. 우리 어린이집에 오는 아이들은 하루 종일 마음껏 웃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지금도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맑고 깨끗한 웃음으로 하루 종일 지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세상 곳곳에 울려 퍼지기를 바라며 나는 아이들의 소리를 들으며 오늘도 글을 쓴다. 그리고 이 시간이 참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