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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이 있어 다행이야

by 행복마중 윤정란



세상은 나에게 끝없이 에너지를 요구한다. 고갈되지 않을 것처럼. 쥐어짜면 계속 나올 것처럼. `이 정도는 해야지. 이것도 못하면 요즘에는 안돼.`라면서 계속해서 나를 다그친다.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서도 카페인을 들이부으며, 체력을 기르기 위해 운동하는 시간까지 만들면서 나의 한계가 없는 듯 계속해서 밀어붙인다. 한 순간 `띵!!` 줄이 끊기는 것처럼 내 몸과 마음이 축 늘어진다. 우리는 이런 상태를 번 아웃이 왔다고 한다.


내가 버티면, 내가 참으면 세상이 요구하는 것을 다 할 수 있을 거라는 단단한 착각 속에서 살다가 이제야 안다. 내가 취해야 할 것이 있고, 버려야 할 것이 있다는 것을. 그 경계가 명확하지 못해 아직도 취해야 할 것인지, 버려야 할 것인지를 두고 갈팡질팡하지만 더 이상 나를 한계까지 밀어붙이지는 않는다.


쉬고 있으면 내가 쓸모없는 것 같아서,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많이 불편했다. `한계까지 밀어붙이기 -> 체력 바닥 -> 쉬기 -> 후회하기` 이 패턴을 반복했더니 마음에서 허무함이 들었다. 나는 `왜 살까?, 나에게 진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라는 의문과 함께.

원래 사는 것이 지옥이고, 고통이라는 말을 들으며 `그렇지`라고 동조하다가 이제는 `왜?, 꼭 고통을 느끼며 살아야 하나?`라는 의문이 든다.

소소한 행복들을 느끼며 살면 안 되는 걸까?

몸이 힘들면 마음이 가라앉고 그 여파로 의욕을 상실한다는 것을 알게 된 후로는 중간중간 쉬어주려고 한다. 나는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토닥이면서, 나를 한계까지 밀어붙이지 않기 위해.


이제야 쉬는 것이 마음 편하다. 내가 무능해서 쉬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더 나아가기 위해 쉬기 때문에.

늘 좋은 에너지를 가지고 살 수는 없지만, 최대한 일정하게 유지되는 에너지를 갖고 살기 위해서는 몸이 신호를 보내오기 전에 먼저 잠깐 쉬어주는 것이 더 낫다는 것을 아니까.

잠을 더 푹 자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글자를 읽으며 떠오르는 대로 생각을 하기도 하고, 가족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도, 멍하니 풍경을 바라보는 것도 모두 쉼이다.

내가 내 의지로 쉴 수 있다는 것, 쉬고 나서 다시 힘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 모두가 행복한 일상이다.

어쩔 수 없이 쉬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나를 위한 쉼을 가질 수 있을 때, 참으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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