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청소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결혼 전에는 엄마를 도운다고 가끔 집 청소를 하고, 내 방 청소를 하는 것이 전부였다. 청소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 청소기 돌리고 걸레로 닦으면 끝이었다.
결혼을 하고서는 우리 집을 청소해 줄 사람이 없다. 내가 청소를 해야 한다. 남편과 함께 청소를 해 봤지만 둘 다 뭔가 청소가 어색하다.
그러다가 어린이집에 취업을 하고, 내가 운영해야 하는 교실이 생겼다. 이 교실은 온전히 나 혼자서 운영을 해야 한다. 청소도 물론 내가 혼자서 해야 한다. 게다가 에어컨과 선풍기 청소까지. 이렇게 나의 청소 영역이 어쩔 수 없이 넓어지게 되었다.
몇 년이 흘러 평가인증이란 제도가 도입이 되었다. 이건 청소를 넘어 교구장 정리와 찌든 때 제거까지. 입주 청소보다도 더 힘든 청소와 정리들이 내 앞에 놓여 있었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하나?`막막함에 그저 주저앉아 울고 싶었다. 선생님들을 곁눈질한다. 경력이 오래된 선생님들은 어떻게 청소를 하나 관찰도 하고, 물어보면서 한 군데씩 청소를 해나갔다.
그랬더니 집에 오면 찌든 때가 보인다.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구석진 곳에 먼지가 쌓인 것도 보인다. 그 먼지들이 내 코에, 아이 코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청소를 안 할 수가 없다.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은 거의 대청소를 하듯 집안 청소를 했다. 평일에는 청소를 할 수 없으니.
지금은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아침에 조금 여유가 있다. 이제는 청소를 매일매일 한다. 한 번에 몰아서 청소하는 것이 체력적으로 힘들어 오늘은 거실, 내일은 안방, 다음 날은 아이 방 이렇게 구역을 정해서 청소를 한다. 화장실 청소도 주기적으로, 창틀도 주기적으로 닦는다. 물건들도 쓰면 제자리에 두니 그렇게 정리할 것이 많지 않다.
내가 원하는 집의 모습은 물건이 많지 않은 깔끔한 집이지만, 현실에서는 그렇게 지내기 어렵다. 가족들마다 필요한 물건들이 있으니까. 대신 자리를 잘 만들어서 사용하면 정리를 바로 하는 편이다.
아침에 가족들이 모두 나간 후 물건들을 제자리에 두고 청소를 마치면 집 안이 깔끔해 보인다.
그 모습을 볼 때 행복하다. 청소 후 커피 한 잔은 진한 행복을 준다.
나는 왜 청소에, 깔끔함에 집착을 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어린 시절 잘 사는 친구들의 집은 늘 깨끗해 보였던 것이 내 무의식에 남아 있던 것 같다. 깨끗해야 돈도 들어온다는 믿음이 생겼나 보다. 초등학교 때 수업시간에 읽었던 책이 있다. 도둑이 어떤 집에 들어가서 현관에 신발이 잘 정리되어 있으면 그냥 나오고, 신발이 어수선하게 놓인 집은 물건이 없어져도 모르기 때문에 도둑질을 해 간다고. 이 이야기를 지금까지 기억하는 걸 보면 그때 꽤나 충격이었던 것 같다. 그때부터 청소를, 정리를 잘해야 한다고 어렴풋하게 생각했던 것으로 기억을 하니까.
청소를 하는 나를 보고 남편은 내가 청소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고 한다. 나도 청소 없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는 청소를 좋아하는 것 같다. 청소 행위보다도 청소 후의 개운함을. 그래서 힘들어도 매일 청소하는 루틴이 잡혀있다.
매일 아침 나는 이렇게 행복을 맞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