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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 SUN HYE Feb 04. 2020

"야, 신혼은 원래 다 그래"

결혼한 지 1년2개월이 지났다. 누군가는 '결혼이라는 틀'안에 있는 게 무슨 소용이냐고 하지만 인생의 동반자라는 의미에서 결혼을 택했고, 이 사람과 함께라면 당연히 평생 함께할 거라고 생각했다. 결혼이라는 행위는 그냥 모두에게 함께하는 '약속'같은 것이였고, 함께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서로의 가족이 우리의 가족이 되며 아주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대, 나는 막연하게 '언젠가는 결혼을 하긴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많은 남성분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그 자유가 좋았고, 평화롭게 혼자 하고싶은 것 다하면서 살고 싶었다. 탐험하면서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경험하는 것이 좋았으며, 집에서 안락하게 있는 것보다는 집에도 잘 안들어가고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더 많은 경험을 하면서 더 열심히 미래를 창조해내기 위해서 노력하고 즐겼다. 무언가에 속박되기 싫었다. 굳이 당장 결혼하고싶지는 않았고, 내가 하고싶은 일들을 하면서 느즈막히 결혼하고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그냥 포스트잇에 '내가 기왕 결혼하게된다고 하면 평생 함께할 사람은 이런사람이면 좋겠다'라고 생각하면서 끄적거린 것을 얼마전에 발견했다. 이런 사람이라면 속박된 느낌보다는 동반자라는 느낌으로 행복할수 있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나는 나를 지적하는 사람보다는 긍정적으로 대해주고 사랑해주는, 또한 자기일에 대해서도 열정적이고 사랑할 줄 아는, 함께 운동도하고 여행도하면서 나를 언제나 응원해주는 사람을 만나고싶었나보다. 신기하게도 지금의 내 동반자가 이런 사람이다.  내 꿈을 언제나 응원해주고 모든 일을 함께하며 존재만으로 감사하다. 빨리 결혼하기 싫었다. 결혼이라는 시기가 정해져서, 그냥 나이가 되어서 결혼하기 싫었는데 우연히 시기가 맞아떨어졌을 뿐, 연애를 하자마자 곧 결혼하겠다는 느낌이 왔다. 특히 한 사람으로 인하여 나 자신도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차분해졌고, 더이상 친구나 사람들에게 집착하지 않으며 이사람과 함께하는 이 시간 자체가 나에겐 매우 큰 행복이면서도 내 스스로 성장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대화를 하면 할수록 배우고 성장하는 기분이였다. 

혼자 자전거를 타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좋아했는데 신기하게도 신랑도 자전거로 전국일주도 두번이나 했었던 자전거 고수였다. 결혼 전 제주도 자전거일주를 했을 때, 내가 보조를 맞추면서 잘 따라가는 나를 보고는 본인도 너무 신기하다고 느꼈다고 한다. 요즘은 주변에서 우리 커플을 보고 결혼이 하고싶어졌다는 소리를 종종 듣는다. 나는 요즘도 "사랑해" "감사해" 라는 말을 많이 쓰려고 노력하고있다. 살아가다보면 사랑한다 감사한다는 말을 잊어버리고 당연하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데, 항상 우리 가족에게 감사하다는 글이 저절로 자주나온다.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자꾸 말을하면 점점 더 사랑할 일이, 감사할 일이 넘쳐난다. 내가 누군가에게 사랑하고 감사하고 축복할 수 있다는건 결국 나 자신에게 사랑하고 감사하고 축복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내가 먼저 나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신랑과 나는 그렇게 서로에게 감사하고 특별한 존재이며 둘의 만남으로 인해 엄청난 인생의 변화를 이루어냈다. 케미가 잘 맞아 동업자로써 일도 함께하게 되었고, 밥을 먹을 때, 커피를 마실 때, 자기 전에 소파에 앉아서, 일상 그 자체가 사업아이템 회의이며 아이템회의와 일얘기가 전부 우리에게는 즐거운 놀이였다. 

"야, 신혼은 원래 다 그래" 

그렇다. 신혼은 원래 다 그렇다. 하지만 남은 70년간 매년 신혼이라고 생각하면서 새롭게 시작하고, 스스로를 사랑하고 동반자를 사랑해주면서 함께하면 더욱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은 만들어 진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라는 말을 참 좋아한다. 정말 억지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아주 자연스러운 사랑, 그리고 서로 도와주고 도움을 주는 것! 그리고 항상 감사할 일들을 찾아서라도 생각해보고 적어보는것, 이것이 나의 사랑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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