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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 SUN HYE Feb 10. 2020

밤의 매력

모두가 잠드는 시간, 또는 잠 못 드는 시간, 나는 이 시간을 참 좋아한다. 어릴 때에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기도 했고 결혼을 한 이후에는 사색하기도 하고 신랑과 함께 하루를 마무리하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열정을 다해 보내며 하루의 마무리를 하고 집에 도착하면 달이 뜨고 점점 조용해지는 시각이다. 내가 사랑하는 시간이다.  



너에게로 가지 않으려고 미친 듯 걸었던

그 무수한 길도

실은 네게로 향한 것이었다.


까마득한 밤길을 혼자 걸어갈 때에도

내 응시에 날아간 별은 네 머리 위에서 반짝였을 것이고

내 한숨과 입김에 꽃들은

네게로 몸을 기울여 흔들렸을 것이다.


사랑에서 치욕으로,

다시 치욕에서 사랑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네게로 드리웠던 두레박


그러나 매양 퍼올린 것은

수만 갈래의 길이었을 따름이다.

은하수의 한 별이 또 하나의 별을 찾아가는

그 수만의 길을 나는 걷고 있는 것이다.


나의 생애는

모든 지름길을 돌아서

네게로 난 단 하나의 에움길이었다.


_나희덕, <푸른 밤>

우유니 사막에서의 별빛아래서 찍은 모습

볼리비아 여행을 갔을 때 우유니 소금사막을 보통은 해지기 전에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밤의 아름다움에 취했다. 별이 마치 내가 구멍 뚫린 반구 안에 들어가 있는 듯한 느낌이 들만큼 반짝였다. 하늘을 보며 느끼는 그 몽롱한 느낌은 밤에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것이었다. 울컥할 정도로 아름다워서 가만히 말을 잇지 못하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나는 밤이 좋다. 모두가 잠들어있는 조용한 새벽도 좋다. 조용한 밤에 일기를 쓰고 글을 쓰고 생각에 잠기는 시간들이 내겐 너무 소중하다. 어둠 속에서의 불빛과 별들이 반짝반짝 빛날 때의 그 모습이 참 예쁘다. 요즘은 별은 잘 보이지 않고 건물의 조명이 별을 대신해준다. 늦게 해가 뜨는 겨울의 새벽 아침, 그 새벽에 도심을 나가면 빌딩 숲에서 수많은 건물들이 불빛을 수놓는다. 잠 못 드는 열정과 젊음, 새벽부터 치열할 수밖에 없는 다양한 빌딩 속 사람들. 그 모든 뜨거움이 눈물 나게 찬란해 보인다.

유난히 힘들고 어려웠던 하루를 보냈다면 발걸음이 무겁고 모든 어둠 속의 불빛조차 흐릿하게 슬퍼 보일 것이다. 누군가에겐 아주 또렷한 불빛 속 신나는 열광의 밤이 될 수도 있다. 밤의 풍경에는 수많은 인생이 담겨있다. 지나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들, 그리고 화려한 야경을 보면 같은 공간 속에 다양한 이야기들이 펼쳐져 있다.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론강의 별이 빛나는 밤’이란 그림이다. 빈센트 반 고흐는 유난히 별을 좋아했다고 한다. 압생트의 환각작용으로 노란색을 많이 쓰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자신이 소망하던 별을 표현하면서 환각 속에서 느껴지는 별에 대한 그리움과 동경, 짙은 청색으로 통틀 녘과 밤의 시간을 표현했다. 아름다워 보이지만 슬픔이 느껴지고 매일 별을 보며 상상하고 꿈을 그려나간 게 느껴진다.

역시 도심의 밤도 아름답지만 자연의 밤이 가장 아름답다. 나도 다른 사람을 밝혀주는 작은 빛이 되어 또 다른 누군가를 빛나게 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오늘 밤도 어둠 속의 별들은 아주 활발하게 빛나고 있지만 인간의 하루는 희미하게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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