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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 SUN HYE Feb 23. 2020

인생 편해서 좋겠다

나는 뭔가 편하게 잘 살고 있는 것 처럼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인생 편해서 좋겠다" 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어쩌면 이 말은 비아냥 거리는 말로 보여질 것이다. 아마 누군가도 나에게 이런말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 인생이 편할까? 편해보이는 것일까? 그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일까? 사람들은 내가 편하고 행복해보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행복한 것은 맞지만 결코 편하지만은 않다. 하지만 입밖으로 절대 "힘들다" "죽겠다" 라는말을 최대한 꺼내지 않고 생각도 안한다. 그런 말들을 실제로 입밖으로 꺼내는 사람들은 그 말에 에너지가 있어서 말로 부정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다. 모든 삶은 축복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면 점점 더 좋은 방향으로 흘러간다. "그래도 다행이다" "더 화이팅해야지" "오늘도 진짜 잘 살았어" 라는 말을 하며 누가봐도 최악의 상황에서도 감사의 말과 함께 좋은 에너지를 내뿜으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지금 이 세상 속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내 삶을 연극무대처럼 바라 본다면 그냥 작은 사건들의 연속일 뿐이요, 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인생 전체의 스토리중 한 컷이다.

"무사태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마음속 깊은 곳을 두드려보면 어딘가 슬픈 소리가 난다."

- 나쓰메 소세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

아무리 무사태평으로 보인다 해도 내면의 깊은 곳에서는 슬픔이 있고 고독이 있다. 사람마다 각자의 고민거리와 사연이 내면에 담겨져 있을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그것을 어떻게 삶에서 긍정적으로 풀어나가느냐는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나 자신의 마음가짐의 문제이다. 운명의 탓으로 돌리면 삶을 포기해 버리고 살아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 운명을 내 편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로 삶에 헌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에 주어지는 대로 내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온전히 누려보는 것도 좋다. 편해보이는 사람들의 내면이나 이면에는 분명히 엄청난 노력과 꾸준함이 뒷받침 되어있었을 것이다. 아무도 그 뒷심을 바라보려고 하지 않고 결과만을 궁금해한다. 다른 사람의 단순한 결과는 내 인생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 분은 어떤 노력을 했을까' '저 사람은 행복하고 편해 보여도 중간 중간에 큰 위기들을 어떻게 극복했을까' 라는 생각을 종종 해보곤 한다.

"네 운명을 사랑하라(Amor fati)" 라는 말이 있다. 분명히 이 말이 누군가에게는 지독하게 들릴지 모르겠다. 지지리도 못나고 불행한데 내 운명을 사랑하라니. 말도 안되는 어처구니 없는 소리라고 생각할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동의한다. 겉잡을 수 없이 깊은 슬픔이나 고통에 빠져있을 때는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어떠한 위로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며 다 x소리처럼 들린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운명을 사랑하고, 존중하고, 귀하게 여긴다. 아침마다 명상하면서 하루를 경건하게 시작하고, 업무를 시작할 때 컴퓨터를 켜면서 감사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허리를 곧게 펴고 눈을 한번 지긋이 감고 심호흡을 몇번 한 후에 컴퓨터를 켜본다. 내가 어릴 때 부모님이 어려운 일을 겪고도 정직하고 우직하게 극복해 나가는 과정들을 보면서 삶은 어차피 얼마나 크게 생각하고, 열심히 노력하고, 대단한 마인드를 갖고 있든 환경과 상황에 따라 어떤 사건이 벌어질 지 모르는 무방비 상태라는 것을 느꼈다. 노력만 하면 원하는대로 다 될 것이라는 교만한 생각을 진작부터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각과 행동들이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아주 전략적이고 ‘제대로된’ 노력, 선택과 집중이 먼저 선행된 후에 이따금씩 주어지는 선물같은 나름의 행운들이 찾아올 때가 있다. 어쩌면 당신이 인생 참 편하게 산다고 생각했던 그 사람은 당신보다 10배의 고통을 인내하면서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동일한 사건이 두 사람의 인생에 터졌을 때 어떤 사람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그래도 다행이네” 라고 외치는 반면에 어떤 사람은 “이제 난 망했네”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생각의 차이일 뿐이다.

네 믿음은 네 생각이 된다. 네 생각은 네 말이 된다.

네 말은 네 행동이 된다. 네 행동은 네 습관이 된다.

네 습관은 네 가치가 된다. 네 가치는 네 운명이 된다.

- 마하트마 간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인생을 관조하고 주변을 둘러보며 깊이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면 보이지 않던 것들이 하나씩 가슴에 새겨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