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E SUN HYE Mar 14. 2020

목표는 허상이다.

목표는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무엇보다 목표를 향해 달려나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나에게도 목표는 삶을 살아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주었고, 좀더 빨리 전진할 수 있도록 해주는 특급엔진이 되어주었다. 나에게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인생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목표는 내가 항해하고자 하는 방향적인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기술발달과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목표에 대한 허상이 조금씩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역설적이게도 목표에 집착하면 목표에 도달하지 못할 가능성이 꽤 높다. 목표자체는 허상이다. 상황에 맞게 나 스스로 끊임없이 좀더 넓은 초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목표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을 때 목표가 목표다운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삶을 이끌어 나갈 수 있다. 목표가 없으면 어때? 인생은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영화처럼 지나가는 필름에 불과하다. 슬픔도, 고통도, 설렘과 환희도 그 또한 자연스럽게 지나가며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목표가 내 삶의 주인이 아니다. 삶의 주인은 바로 나이며, 목표는 그냥 내가 원하는 미래에 대한 상상이며 삶의 일부일 뿐이다. 목표가 내 삶의 주인이 되어버린다면 주변에 모든 상황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도대체 목표가 뭐길래?


나는 항상 지하철역을 빨리 달려가서 1분이라도 빨리 지하철을 타고 가고싶은 마음에 역 까지 도착하는 데에만 온전히 집중하였다. 귀에는 이어폰을 꼽고 음악을 듣거나 오디오북을 들으며 달리거나 빠른 걸음으로 향했었다. 오늘 나는 출근길에 처음으로 에어팟을 빼고 아주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현재에 집중하고 주변의 소리를 들으며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이 동네에 산지 1년이 넘었는데도 이렇게 천천히 걸어가보는 것은 처음이였다. 

영상을 찍어보았더니 새소리가 재잘재잘 거린다. 멀리서 들려오는 전철소리와 아침에 햇살이 쨍하게 온몸을 감싸고 도보 길과 철도 사이 담장으로 삐져나오는 풀들이 눈에 보인다. 한 고양이가 날 보고 순간 놀래서 바스락거리며 도망간다. '아침마다 지하철역 가는길에 새소리가 이렇게 예쁘게 재잘거렸었나?' 처음 느껴보는 지하철 역에 가는 길의 아름다운 풍경이다. 5분거리이지만 늘상 급하게 가느라 날 귀찮게하는 길목에 불과했던 공간이 오늘은  너무나 아름답게 느껴졌다. 대충 시간을 체크해보니 허겁지겁 갔을 때와 주위를 둘러보며 갔을 때 걸린 시간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온전히 가는 길을 느끼며 갔을 때 더 빠르고 알차게 느껴졌다. 결국 똑같이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그리고 여느때와 같이 출근길을 향했다. 달라진 것은 그 길로 '행복하고 여유있게' 걸어갔을 뿐. 거의 일어날 일은 아니지만 갑자기 자전거가 튀어나와 사고를 당할 수도 있었을 것이고, 지하철에 문제가 생겨서 돌고돌아 다른 대중교통을 이용하느라 시간이 훨씬 더 걸릴 수도 있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불확실성이 매우 두렵게 느껴진다. 목표를 추구하고 그것만을 향해 달려나가면 그 어떤것도 문제 없을 것이라는 상상속에서 자신만의 루트와 틀을 만들어 놓는다. 때로는 불확실성과 맞대응하고 상황에 맞게 알차고 용기있게 삶을 무지갯빛으로 그려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목표는 가볍게 목표대로 바라보고 기분좋게 상상해보고 꿈을 꾸면서 동시에 현재에 온전히 집중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내가 출근길 지하철역으로 가는 길에 단 한번도 새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처럼, 목표에 집착하느라 살아있다는 것에, 숨쉬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자체가 감사하다고 느끼는 것을 놓치는 사람들도 많이 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보고싶은 것만 보고, 듣고싶은 것만 듣는 '확증 편향'을 조금씩 지니고 있다. 자신이 생각하고 판단하는 사실이 전부라고 착각하면서 살아간다. 내가 생각하는 이 모든것이 누군가에게는 말도안되는 비판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내가 세웠던 뚜렷한 목표가 정말로 나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내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인지, 나의 인생에 꼭 필요한지 곰곰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개리 비숍은 <시작의 기술>이라는 책에서 "당신은 이대로 사는게 그런대로 참을만한 게 틀림없다" 라고 했다. 우리의 현재 모습은 지금까지 내가 생각해오고 상상해온 것과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결과물이다. 그와중에 당연히 노이즈는 존재한다. 목표를 완벽하게 이루어낼 순 없다. 이루고자하는 목표의 틀 밖으로 나와서 삶을 더 크게 바라보고 내면을 온전히 바라보자. 내면의 세계는 무한하다. 




내가 삶의 주인이 되어서 내가 되고싶은 어떤 목표에 다다를 수 있도록 끊임없이 돌파구를 찾고 노력하는 것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고 압도적인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는 과정이다. 그러나 이는 '과정'일 뿐이다. 삶의 일부분일 뿐이다. 우리가 진실로 두려워해야할 것은 바로 삶의 균형을 잃고 살아가면서 인생을 '잃어버린 시간'으로 사는 것이다. 나는 가끔 내가 너무 무언가에 집착하거나 생각하는 삶을 멈추고 두려움과 고통속에서 헤매고 있었던 시간들이 '잃어버린 시간'처럼 느껴진다. 인생을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놓았을 때 순간 순간이 감사하고 예쁘게 느껴진다면 그게바로 성공한 삶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상상해보자. 과거, 현재, 미래를 모두 아울러 내가 진짜로 원하는 삶의 모습은 어떤 모습인가?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침묵하는 시간을 갖고 죽음의 문턱까지 다다를 때까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나의 자아와 온전히 대화를 해보자. 무언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의식적이지 않은 상태일 때 "완전히 혼이 나가있네(정신이 나가있네)"라는 말을 듣곤한다. 우리는 영혼(정신)을 온전히 집중하여 생각하는 상태를 잠시라도 갖지 않으면 시끄러운 세상속에 푹 빠져 무언가에 홀린듯이 살아간다. 이리 끌려가고 저리 끌려가는 그런 삶보다 정신차리고 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항해하는 삶을 살아나가는 것이 진짜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

매거진의 이전글 사소한습관으로 제2의삶 만들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