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CHAE SUN HYE Apr 13. 2020

여행을 못가면 일상을 여행처럼

요즘 들려오는 소리로는 다들 날씨가 너무 좋은데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싶고 해외여행도 가고 싶고 곧 여름휴가인데 여름휴가도 좋은 곳으로 가고 싶지만 어디도 가지 못해서 아쉬워하기도 하고 걱정도 많고 말도 많다. 항상 이맘때쯤이면 해외를 나갔었던 것 같은데 올해는 해외여행 안가고 일상을 여행처럼 보내는게 목표다. 어떻게하면 일상을 여행처럼 보낼 수 있을까? 우선 내가 있는 곳의 소중함부터 깨닫기 시작해야 한다. 봄이오고 꽃이 피었다. 집근처에 작은 산 둘레길이 있는데 지금까지는 아침마다 강아지와 산책을 하며 분주하게 다시 집에 들어갔었다. 요즘은 산속에서의 풀냄새, 풀밭과 나무, 그리고 아침햇살과의 조화, 일출할때의 경이로움, 새롭게 자라나는 새싹들, 하나하나 유심히 바라보며 이 순간에 내가 얻어낼 수 있는 찬란한 여유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수많은 여행지들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아름답고 경이로운 풍경들이 이미 내 곁에 있었구나!' 라는 엄청난(?)발견을 하게 되었다. 필자는 항상 짐이 많다. 노트북과 책, 각종 노트, 다이어리, 텀블러 등등.. 짐이 많아서 작은 캐리어를 끌고 다닌다. 요즘 시국이 시국인지라 사람들이 경계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여행다니는 기분도 들고 어깨도 편하고 좋다. 출근하면서 살랑살랑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예쁜 햇살아래 걸으면 내가 꼭 타지인이 된 기분이 든다. 

요즘은 슬며시 주변을 두리번 두리번 살펴보곤 한다. 생각보다 도심에 예쁘게 가꿔놓은 빌딩 사이사이의 조경들이 있다. 어떤 건축물들을 설계하든 그 설계 프로젝트에서 조경설계는 무조건 필수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와같이 종로 한폭판에 돌아다녀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예쁜 조경들이 눈에띄게 많이 존재한다. 요즘은 특히 조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더 공들여서 조경 편의시설을 설치하기도 한다. 이전에는 전혀 알지 못했다. 도심속에서 자연과 함께 하지 못해서 불평불만이 많았던 때가 있다. '자연속에서 살고싶다' '좀더 멋진 풍경이 있는 곳에서 일하고 싶다' 라고 지금 이순간을 부정한다. 하지만 현재 머무는 바로 이곳에 모든 조건은 다 갖추어져 있었다. 도심속에서도 아름다운 자연들과 꽃, 풀밭들이 자라나고 있었다. 청계천도 가까이 있고, 빌딩 사이사이 조경시설들에도 나무와 풀, 꽃들이 살아숨쉬고 있었다. 그동안 알아채지 못했던 것 뿐이다. 

마치 숲속에서 커피를 마시는 기분! 여기는 종로의 한 스타벅스이다. 여행에 와서 디지털노마드로 일하며 책을 읽는 그런 기분으로 상쾌한 하루를 시작한다. 출근하기 전에 커피를 마시며 책도 읽고, 노트북으로 이런저런 일들을 해 나갔다. "세상이 거지같은데 무슨 팔자좋은 소리야" 라고 말하면 나의 세상은 정말 거지같은 상황이 펼쳐진다. "이 순간에도 기회는 넘쳐나고 엄청난 일들이 펼쳐질거야" 라고 말하면 나의 세상은 정말 엄청난 일들이 쳘쳐진다. 내가 삶을 바라보는 관점에 따라 이 세상은 팔딱팔딱 살아숨쉬는 풍요로운 열매들로 가득차게 될 것이다. 

벽에 새겨진 안내문구들,  이른아침 새벽에 힘겹게 리어카에 가득가득 실린 박스들.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매우 신기한 광경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봤을 땐 박스를 힘겹게 주워서 힘들게 돈을 버시는구나 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타국에서 온 여행자의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박스가 쌓여있네? 종이들만 모아서 어디다가 팔려고하나? 종이들을 치워주는 사람인가? 우와 정말 대단해! 박스를 저렇게 테트리스처럼 알차게 잘도 쌓았네. 많이 무거울까?' 라는 등의 다양한 생각들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한국에 살면서 소화전을 찍어본 적이 없다. 처음으로 소화전을 찍어보았다. 완전히 여행자의 시선이다. 소화전이 이렇게 예뻤었나? 마치 사람이 팔을 벌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양옆에 금색과 한글도 너무 예쁘다. 빈티지한 느낌이 나기도 한데, 이걸 어떻게 사용하는 걸까? 이런 시설이 동네 골목길에 있는게 참 신기하다. 

항상 스타벅스만 갔었지만 종종 색다른 카페들을 가보려고 시도하는 중이다. 스타일리쉬한 인테리어와 매장의 간지나는 음악, 그리고 맛있는 카페라떼. 커피 한모금 마실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향기와 달콤함! 색다른 분위기에서 책도 잘 읽히고 다이어리 정리도 잘 된다. 마치 해외의 한 카페를 발견하여 혼자 시간을 만끽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리가 매일 보는 당연한 광경들이 여행자의 시선에서는 색다르고 예쁘고 아름다울 것이다. 

이곳은 아침에 산책할때 꼭 오는,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다. 새 소리와 바람소리, 흐드러지는 벚꽃잎들. 미치도록 감사하고 경이롭다. 감사가 넘치는 하루의 시작이다. 하늘과 이어지는 가지각색의 나뭇가지들과 어우러지는 최고의 공간. 이런 곳이 동네에 항상 존재했다니, 마치 매일 놀러 오는 기분이다. 도심속에서도 자연과 벗하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은 얼마든지 있다. 다만 발견하지 못햇을 뿐.. 모든 것이 이미 내곁에 있다. 매일 매일 하나씩 소중한 삶의 일부를 발견해보는 시간들을 갖어 본다면 감사한 것들이 차고 넘쳐난다. 

사람들은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기 이전에 일상에 파묻혀 버린다. 상황속에서 허우적 댈 뿐이다. 아주 가까이서부터 아주 멀리까지, 줌인에서 줌아웃으로 쭉 바라보면 어떨까? 줌인을 했을 때, 하나하나 소중하고 예쁘다. 주변의 모든 것들이 감사하고 두근거린다. 줌 아웃을 했을 때 나의 상태가 보인다. 어떤 환경 속에서 나의 존재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지 관찰해본다. 행복을 위해 씨름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순간 순간의 인생 한컷 한컷을 아름답게 장식해본다면 그 모든 순간들, 인생 전체를 여행하며 소풍나온 기분으로 살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시선을 돌려보고, 생각을 전환해보자! 삶은 내 관점으로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가성비 갑 인재' 라는 마인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