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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 SUN HYE Apr 17. 2020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

힐링의 함정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삶이 불확실성의 연속이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삶에서 겪는 이런저런 풍파로 인하여 "아무것도 하기 싫다. 오늘은 힐링이나 해야지" 라는 말로 얼마나 나 자신을 놓아버렸던가? 어쩌면 힐링이라는 단어가 자기합리화로 빠질 수 있는 위험한 단어일지도 모르겠다. 


금 : 오늘 저녁은 쏘맥으로 힐링좀 해야겠다.

토 : 이번주말은 교외로 나가서 힐링좀 해야겠다. 

일 : 일요일이니까 내일을 위해 푹 쉬어야지.

월 : 주말에 열심히 힐링하고 왔으니 오늘은 늦잠도 자고

여유좀 즐기며 설렁설렁 일해야지. 뭐어때 괜찮아.

화 : 아 오늘도 늦잠도 자고 힐링좀 해야지.

수 : 아 오늘은 더 열정적으로 아무것도 하기가 싫으네.

목 : 아 오늘은 게으른 나를 위해 동기부여가 필요해. 유튜브를 봐야지.

금 : 아 오늘 또 늦잠을 잤는데 너무 우울하다. 

토 : 아 오늘도 힐링하고 싶은데 너무 우울하네. 

'이유가 뭐지?'

오늘도 힐링. 내일도 힐링. 영원히 힐링.

잘못하면 힐링만 하다가 오히려 무기력증으로 빠질 수 있다.

인간은 생산적인 일을 할 때나 조금이라도 무언가를 해냈다고 느낄 때 자존감을 회복하며 행복호르몬이 분비된다. 아주 작은 성취감을 맛볼 때야말로 비로소 진정한 힐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힐링이라는 단어에 대한 잘못된 정의와 행동들이 오히려 무기력으로 빠지게 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금 : 내일 아침은 일찍일어나서 조깅을하면서 힐링좀해야지.

토 : 이번주말은 교외로 나가서 바람좀 쐬고 와야겠다.

일 : 주말에 자연의 에너지를 온전히 받았으니 오늘은 책도읽고 글도 써야지.

월 : 아 오늘은 신랑과 맛있는 저녁식사를 위해 제대로된 집밥한번 차려봐야 겠다!

화 : 오늘은 차한잔 마시며 힐링좀하다가 출근해야지.

수 : 오늘은 봄맞이 대청소를 깨끗이 하고 소파에 앉아서 커피한잔 해야겠다!

목 : 오늘은 집이 너무 깨끗해서 기분이 좋다. 그냥 가만히 있어도 힐링이네.

금 : 오늘 오후에 정말 열정적으로 불태웠다. 오늘 저녁은 고기다!! 

정말 소소한 것들이지만, 이런 소소하고 보잘 것 없어보이는 작은 성취감들과 함께 어우러진 힐링이야말로 제대로된 건강한 힐링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성취감과 생산적인 것들에만 흠뻑 취해있다가는 자칫 잘못하면 '의미없는 성취강박증'에 빠질 수 있겠지만 삶의 목적과 의미, 그것을 위한 생산적인 행동들은 한 사람에게 자존감을 심어주고 무기력과 우울감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 것이다. 그 안에서 적절히 나만의 '힐링'을 찾아나가는게 건강한 마음가짐으로 살아나가는 힘이 아닐까? 


인생은 활동하는 가운데 존재하며 무기력한 휴식은 죽음을 뜻한다. - 볼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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