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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AE SUN HYE Dec 28. 2019

결혼 1년 차, 아내도 동굴이 필요하다.

성찰하는 나만의 공간

<금성에서 온 남자, 화성에서 온 여자>에서 남자들은 생각할 게 있든 없든, 본인의 공간(동굴)으로 들어가면 편안함을 느낀다고 했고, 여자들은 누군가와 소통하며 공감하고, 대화하며 스트레스를 해결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자든 남자든 자기만의 공간은 필요하다.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 그리고 자기만의 시간을 보낼 때 인간은 자유를 만끽한다. 대부분 결혼하기 전에는 나만의 방이 있지만 결혼하면서 부부들은 함께 공유하는 공간에서 모든 생활을 함께하게 된다. 남자도 동굴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아내도 동굴이 필요하다.

우리 부부는 각자의 방이 있다. 대부분의 집은 옷방과 서재겸 컴퓨터방, 그리고 침실로 구성되어있는 걸 볼 수 있다. 우리는 침실과 아내방&남편 방으로 구성되어있다. 남편 방에는 컴퓨터와 각종 잡동사니들이 있고, 내 방에는 내가 좋아하는 책장, 내가 좋아하는 필기구들과 아기자기한 책상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향도 피울 수 있게 아로마향이나 인센스 스틱도 세팅되어있다. 생각하는 의자에서 명상하거나 책을 읽기도 하고 주로 혼자 보내는 시간은 이 방에서 만끽한다. 종종 우리 집 강아지와 함께 앉아있기도 하고, 문 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삶에 찌들어있지 않고, 나 자신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숨을 고르고, 생각을 하며 책을 읽고 조용히 끄적거리기도 하는 그런 힐링의 장소, 스페인 투우 경기에서 투우사와 목숨 걸고 싸우다 지친 소가 숨을 고르면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기력을 회복하는 장소, 이렇게 기운을 되찾는 휴식처와 같은 장소를 스페인어 케렌시아(Querencia)라고 한다고 한다. 이 공간이 바로 나에게 케렌시아 공간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가득가득 채워져 있는 이 공간을 통해 나는 매일 나를 만나고 순간의 행복을 만끽한다. 즉 침실이나 부엌과 거실은 항상 함께하는 사랑과 공유의 공간, 각자의 방은 각자의 취미와 생각과 공부를 위한 방인 것이다.

공간이 주는 위력은 대단하다. 나는 이곳에서 미래를 상상하고 꿈꾸고 현재를 만끽한다. 내가 꿈꾸는 주거공간에 대한 수많은 이미지들이 있지만, 미래를 꿈꾸는 동시에 서울 도심 속에서 아늑한 나의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로도 감사하다. 차 한잔을 음미하며 글을 쓰고, 다이어리에 생각을 토해내면서 좋아하는 음악까지 함께한다면 부부로써 함께하는 침실이나 거실에서의 생활도 너무 행복 하지만 완전히 분리된 나만의 행복을 가꾸는 이 공간에 있을 때에도 온전히 나 자신의 존재를 자각할 수 있는 감사한 공간이다.

아내도 동굴이 필요하다. 많은 아내들이 자신만의 작은 공간을 만들어 꿈을 꾸는 공간으로 가꿔나갔으면 좋겠다. 난 결혼한 이후에 나의 예쁜 자아가 더 커졌고, 신랑의 배려와 사랑 덕분에 서로의 꿈을 응원해줄 수 있었으며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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