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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 Chun Sep 15. 2020

창의적 골퍼가 정상에 선다

창의성과 집중력

골프에서 일관성 있는 스윙 능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경기력 요소이다. 그러나 스윙이 좋다고 좋은 스코어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선수의 일관성 있는 스윙 능력은 좋은 경기를 하는데 요구되는 필요조건이지만 경기를 잘할 수 있는 충분조건이 되지는 못한다.      


경기를 하는 데 있어 상황인지 능력, 상상력, 추론 능력 및 판단력, 집중 유지 능력, 창의적 결과 도출 능력과 함께 체력, 멘털 등 스윙 이외의 많은 경기력 요소들이 함께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내적 능력은 최고의 골퍼가 되는 데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지만, 내적 능력 향상에 필요한 훈련의 목표를 정량적으로 명확히 하기가 어렵고 마땅한 평가, 훈련 방법도 크게 알려진 것이 없다.


멘털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시합에서 선수의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 전담 코치를 통해 도움을 받는 선수가 많아지고, 집중력은 선수의 의지에 의해 단기간에도 향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상황인지능력과 추론 능력 그리고 효과적인 결론을 도출하는 통합적 판단능력으로 구성된 개인의 창의성은 어려서부터 성장의 과정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다양한 요인들이 뇌 발달에 관여하여 형성되므로 단시간의 훈련으로 향상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찌 보면 '투어 프로의 경기는, 누가 보다 창의적인 경기 운영 능력을 가지고 있는가'의 관점에서 A급 선수와 B급 선수를 구분할 수도 있다. 


홀을 공략하는데 필요한 상황인지 능력과 어떤 샷을 구사할지에 대한 창의적 추론과 판단 능력이 경기의 결과를 좌우하는 핵심적인 요인이기 때문이다.  


'일관성 있는 스윙 능력'이 아마추어 골퍼들의 경기력에 90프로를 차지한다면 투어 프로의 경기력에서는 10프로 정도의 비중 밖에는 차지하지 않을 거라는 게 필자의 견해이다. 


선수의 창의성을 포함한 내적 능력이 최고의 골퍼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본다. 하지만 오랜 골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내적 능력에 대한 경기력 평가와 훈련의 방법이 마땅히 개발된 것이 없기 때문에 선수들이 경기력 향상을 위한 훈련을 스윙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아무리 정교하고 일관성 있는 스윙을 몸에 장착했다고 우승이 보장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요리사가 아무리 좋고 싱싱한 재료를 사용한다고 해도 시식자의 입맛에 맞도록 간을 하고 양념을 곁들여야지만 비로소 생의 진미가 만들어지는 것과 같다.


만일 골프 경기가 장타 대회, 퍼팅 대회, 어프로치샷 대회 등으로 종목이 세분화되어 발전되어 왔다면 어땠을까? 


우승을 위해 공을 경쟁자보다 몇 야드 더 멀리 보내야 할지를 알면 창의성보다는 파워 훈련이 절대적으로 필요했을 것이다. 


과학적 근거를 떠나서 역대 PGA, LPGA 투어에서 기록했던 파 72의 18홀 경기에서 몇몇 선수가 기록한 59타가 골프에서 인간의 한계가 아닐 것이라는 생각에는 대부분 공감을 할 것이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한 선수의 인터뷰 중에는 운 좋게 잘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육상에서처럼 근력이나 순발력을 극대화하여 도달 가능한 자신의 100미터 기록을 0.1초 단축했다면 골프에서 자신의 최소 타를 기록한 것과는 다른 느낌이 있다. 인간의 생리 과학적 추론을 기반으로 100미터를 5초에 달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누구나 논쟁 없이 쉽게 받아들일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창의적인 골퍼로 손꼽히는 타이어 우즈가 다양한 환경에서 다양한 샷을 구사해왔다. ⓒAFPBBNews = News1


과연, 골프 경기에서 인간의 한계 스코어는 얼마인지 과학적 예측이 가능하기나 할까? 골프 경기력에 작용하는 인간의 내적 능력을 정량적으로 평가하고 나타내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 가능성마저도 추론이 쉽지 않다.


젠가 북한 당국에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파 72 평양골프장에서 38언더파 34타를 쳤다고 홍보한 것을 언론매체에서 보도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 타이거 우즈의 비공식 기록으로 보도했다고 해도 믿지 못했을 것이다. 


이 스코어는 실현 확률이 낮은 것이지 이론적으로 불가능한 것이 아니지만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웬만한 파 4를 1 온 할 수 있는 정확성 있는 장타 능력이 확보되어야 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PGA 투어의 선수처럼 일관성 있는 스윙이 확보된 상태에서 모든 샷에 대해 정확한 상황 인지를 통해 오차를 최소화하는 거리 계산이 가능하고, 요구되는 매 샷을 만드는 데 있어 창의적인 결과 도출이 가능해야 할 것이다. 물론 훌륭한 퍼팅과 그린 사이드 기술, 트러블 샷에 대한 기술적 요인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 이런 골프 기술이 확보된 PGA 투어의 경쟁자들이 최고의 창의적인 골퍼가 된다면 18 언더를 만들기 위한 도전은 보다 현실적이지 않을까? 


이런 스코어를 기록하는 골프 경기를 본다면 정말 흥미진진하고 떨리는 순간이 되겠지만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본다. 


인간의 집중력과 창의성은 선천적 요인과 교육, 경험 등의 후천적 요인들 간의 결합에 의해 오랫동안 형성됨으로 어찌 보면 최고의 골프선수가 되기 위해서는 어려서부터 골프 외적인 경험과 교육이 뒷받침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많은 한국의 골프 선수들이 성장하는 과정은 어려서부터 대부분의 시간을 골프장에 매달려 있어 골프 외적인 경험이 적다. 학교에서 정상적인 교육을 소화하며 운동하는 미국 주니어 선수들의 운동 환경과는 다소 다른 부분이 있다.  


 의성을 키우기 위해 어려서부터 게임도 하고, 추리소설도 읽고, 친구와의 새로운 놀이에 대해 접근하며, 교육의 과정에서 통합적인 관찰과 사고능력, 무한상상 능력을 갖도록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집중과 인지 자극에 대한 뇌 반응 계측' 연구를 수행하던 필자의 연구실에서 몇몇 투어 프로들의 뇌 활동 계측 실험 중에 알게 된 한 가지 유사점은 대부분 상황 인지능력이 일반인보다 높은 반면 집중력, 통합적 추론과 판단능력을 근간으로 하는 창의성은 높지 않으며, 선수들 간에도 큰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 


선수들의 성장환경에서 오는 결과라고 본다. 샷을 위해 상황을 살피는 부분은 어려서부터 수없이 반복해오면서 상황인지 능력이 훈련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창의성은 일반인에 비해 접촉의 면이 많지 않은 골프 환경에만 국한된 경험적 측면에서 오는 결과라는 생각이 든다.



18홀을 경기하는 데 있어 매 홀 그린에서 확인해야 하는 미세한 경사와 잔디 결, 스피드 변화를 인지하고, 볼이 그리는 궤적을 추론하여 볼의 방향과 스피드를 결정하고 가상의 목표점을 놓치지 않고 필요한 스트로크의 힘 조절에 집중하는 과정은 고도의 내적 활동에 기반한다.


골퍼의 좋은 인지능력은 창의적인 판단을 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통합적 사고와 창의적 사고능력이 필요하다. 


인지능력은 집중력이 흔들리거나 흥분하거나 자신감이 떨어지면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수도 있다. 


주말 골퍼들이 내기를 하는 라운드에서 가끔 볼 수 있는 몇 가지 흥미로운 점이 있다. 


우선, 자신의 실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지 못한다. 자존심이 우선하여 실제보다 과대평가하거나, 동반자들이 자신의 골프 실력을 어떻게 평가하는가에 신경이 가거나, 라운드를 하면서 엉성한 스윙에 실력이 형편없다고 생각한 동반자가 나보다 좋은 스코어를 기록하고 있다면 상황인지 능력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한다. 


위험요인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어지고 무리한 도전을 하기 일쑤고, 급해지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면 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경험하기도 한다. 사실, 이것은 필자가 골프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의 경험이기도 하다. 상황인지 능력은 완전히 내적 상태에 의존하며 이는 창의적 의사결정을 못하게 하는 가장 큰 적이 된다.


따라서 창의적이 골퍼가 된다는 것은 마음을 다스릴 줄 아는 것이 우선이며, 평정심으로 바라보는 상황인지 능력을 키우는 것이며, 정확한 상황인지 능력을 기반으로 한 무한상상 능력과 합리적 추론 능력을 갖추는 것이고,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하는데 필요한 집중력을 키우는 것이다.


최고의 골퍼를 꿈꾼다면, 역사가 기억하는 최고의 골퍼들이 좋은 스윙만으로 꿈을 이룬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사고능력이 뒷받침되는 골프를 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골프한국 전순용의 골프칼럼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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