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 태스킹
달리면서 음악을 듣는다.
소설도 함께 듣는다.
눈이 바쁘면 귀를 쓴다.
몸이 움직이면 정신도 움직인다고 믿는다.
나는 달리고 있고
나는 책도 읽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일까?
달리는 몸은 숨이 가쁘다.
문장의 결은 흘러간다.
몸도 완전히 듣지 못하고
문장도 끝까지 따라가지 못한다.
그렇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혹시 비어 있는 틈을 메우는 중은 아닐까.
눈이 쉬는 시간도 귀가 쉬는 시간도 허용하지 않는 삶.
두 배의 효율을 꿈꾸지만 결국 두 배의 소음을 만드는 삶.
달릴 때 두 발이 지면에서 잠시 뜬다.
그 공백의 순간조차 비워 둘 수 없어서 소리로 채우는 건 아닐까.
나는 정말 그렇게까지 바쁜 걸까.
가만히 앉아 눈과 귀를 쉬게 하는 건 가능할까.
잠자리에 누워서도 잠이 들 때까지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침묵이 두려워서일까.
불안이 올라오는 걸 견디기 어려워서일까.
글을 쓴다는 건 자기 안에 울리는 소리를 듣는 일 아닐까.
밖의 소리를 줄이고 안의 소리를 따라가는 일.
멀티테스킹이 아니라 싱글 포커싱.
잠을 잔다는 것도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
불안을 억지로 누르는 게 아니라 몸의 리듬이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일.
어쩌면 나는 이제 잠자는 법을 배울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잠자는 기계가 되는 것도 괜찮은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