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모른다고

경험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고 나니

by 정오의 햇빛


“나는 사랑을 해본 적이 없어요. 받아본 적도 없어요.”

그 말은, 마음속에만 담아두기에는 너무 깊고, 누군가에게 털어놓기에는 너무 솔직한 고백이었다.
그 말을 하고 난 뒤,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내 머릿속의 나는, ‘사랑을 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다’고 인식하며
사랑을 하지도, 받지도 못하게 스스로를 막고 있었던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
어쩌면 그것은 나만의 자기 최면, 자기 강화였던 셈이다.


사실, ‘사랑을 해본 적 없고 받아본 적도 없다’는 말은 정확히 맞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그 말은 단지 내 마음속에 숨겨두었던 비밀 같은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나는 사랑을 느낄 겨를 없이 살아온 것이 맞다.


그 시간이 지나고 뒤돌아보면, 아, 저기 어디쯤에 사랑이 있었구나.
아, 그때 그 모습이 사랑이었겠구나.


이제야 나는 여기저기 흩어진 사랑을 주워 담고,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선다.
어린 아기가, 어떤 행동을 해서가 아니라 그저 존재만으로 나에게 건넸던 사랑들을 이제야 받아들인다.

아이의 사랑은 행동으로 표현된 것이 아니었다.


그저 존재 자체로, 나에게 사랑을 건네는 존재였다.

사랑을 모르는 게 아니라 사랑을 인식할 틈 없이 살았다는 말이 맞는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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