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 2

쓰기 싫은 글. 하기 싫은 생각.

by 정오의 햇빛

나는 오랜 시간 동안 하나의 질문을 품고 살았다.


나는 왜 태어난 것일까.

그 질문에는 답이 없었다.
그래서 그 질문은 나를 어디로도 데려가지 못한 채 그 문장 안에 머물러 있었다.

얼핏 보면 철학적으로 보이기도 한다. 터무니 없이.


그 질문의 진짜 의미는 따로 있었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가 아니라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그 말이었다.

만약 내가 이 문장을 이십 년 넘게 들고 살았다면 어쩌면 태어나기 이전 어딘가로 갔을지도 모른다.


끝내지 못한 생각.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이 문장을 그대로 들고 있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 말을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조금 덜 아픈 형태로 바꾸어 들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로.


어쩌면 그 질문은 이런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살아도 되는 사람일까.
나는 태어나도 되는 사람이었을까?

이 문장들은 너무 아프다.

그래서 나는 조금 덜 아픈 질문으로 바꾸었다. 나도 알아들을수 없는 말로.


나는 왜 태어났을까.

생각은 머릿속에 있을 때와 말로 꺼내졌을 때 전혀 다른 모습이 된다.

나는 그 생각을 입 밖으로 꺼내본 적이 거의 없었다. 누군가와 대화해본 적도 없다.

아마도 그걸 말하는 순간 그 질문의 실제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정확하게 알게 될 것 같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을 아는 순간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았다.

생각은 말해보기 전까지 정확한 형태를 가지지 않을 수도 있다.

말해지지 않은 생각은 입안에서 뱅뱅 도는 말과 같다.

계속 맴돌지만 밖으로 나오지 못한 채 형태를 갖지 못한다.


어쩌면 어떤 생각들은 정리되지 않아서가 아니라 너무 정확해질까 봐 꺼내지 못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말하는 순간 그 생각의 진짜 의미가 드러나고 그 존재가 흔들릴 것 같아서.


지금 나는 아주 오래된 문장을 하나 처음으로 꺼내어 보고 있다.

나는 태어나지 말았어야 해.


아,

마음 깊은 어딘가에서 쿵 하고 무너지는 느낌이 난다.

아주 오래전, 어둠 속에 남겨져 있던 어린 아이 하나를 지금 처음으로 꺼내어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ㅋㅋㅋ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아이는 칠십년 가까이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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