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isa J Aug 07. 2016

no.8. 새벽 한 시. 감성을 묻다

새벽  한 시 예찬론


 나는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난다. (어디까지나 규칙적인 일상 중에서만. 예외 없이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해야 할 일을 산더미처럼 안고 깨어나는 주중도 그렇지만, 서둘러 챙겨야 할 일이 없는 주말에도 8시면 일어나고 만다.


 그리고 어김없이 찾아오는 새벽 한 시.

늘 여유 있는 호사를 누리고 싶어 긴긴밤에 책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노트북을 두드리며 부지런을 떨고 싶다고 상상 하지만.


새벽 한 시의 나는.

무거운 눈꺼풀을 못내 이기지 못하고 잠과 타협한 채 눕고 만다. 글쓰기도 내일, 책 읽기도 내일, 무언가 깊이 생각해야 할 그 무엇도 내일로 미룬 채.


따뜻한 불빛이 더해지는 내 방 작은 공간에서.


그래도 새벽 한 시는 늘 아름답다.

 눈물짓는 날에도,

속상함에 뒤척이는 날에도,

기분 좋은 일이 있어 가슴 콩닥거리는 날에도.

그 나름의 빛깔로 오늘도 작은 위로를 해주는 나의 휴식 같은 새벽 한 시는 오롯이 내 것인 것 같아 마냥 편안하다. 그리고 늘 나와 함께 내 모든 몸을 지탱해주는 살짝 색 바랜 빨간 의자와 내 몸에 꼭 맞게 놓인 방석과 쿠션의 기분 좋은 포근함까지 더해지면 세상에 부러울 것이 하나도 없다. 많은 사람들이 자는 시간에 나만의 잉여시간을 얻었다는 생각으로 만족스럽기까지 하다 보면  새벽 한 시에 대한 예찬론자가 될 성도 싶다.




 한 때는 자물쇠 채워진 작고 예쁜 일기장에 시를 쓰거나 일기를 쓰며 새벽 한 시를 보내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치기 어렸고 무엇이든 맘만 먹으면 될 것 같아 수없이 끄적거렸던 꿈과 희망들.

밤에도 켜진 조명 때문에 밤에도 울어 댄다는 매미 울음소리 들으며 오늘도 지난 기억들로 풋풋 해지는 여름밤의 새벽 한 시다.


 하는 일이 잘 되지 않는다고,

세상에 쉬운 일이 없다고,

술 한잔 기울이고 도리질 치며 한숨 쉬는 많은 사람들에게 새벽 한 시는 어떤 느낌일까.

원하는 꿈을 두고 미래를 위해 공부에 매진하는 수험생에게 새벽 한 시는 또 어떨까.

 내일 사랑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앞두고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을 한껏 안고 잠들지 못하는 사람과

오늘 가슴 시린 이별을 전하고 잠들지 못하는 사람의 새벽 한 시는 어떤가.

 같은 시간과 같은 장소에서 각자 다른 이유로 누군가는 웃고. 누군가는 울며 보내지만,

분명한 것은 그 또한 지나간다는 것이다.

좋았던 순간도 슬프고 아팠던 시간도 지나간다.


새벽 한 시.

웃고 울어야만 했던 그때의 새벽 한  시와 오늘의 새벽 한 시와 내일의 새벽 한 시가 또 다르듯. 그 모든 시간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지고 공평하게 흐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꼭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내 마음을 다듬고 어지러운 머릿속을 추슬러야 한다면,

꿈이 있고 오늘도 그 꿈을 위해 무엇이든 했다는 성취감과 안도감을 갖고 싶다면.


새벽 한 시.
잠들지 않고 무언가를 정리하고 꾸리는
뜻깊은 시간을 맞이하길 바란다.

 

  비록 무엇도 정리되지 않은 채 명상과 잡념으로 흘려버린 시간이라 할지라도 그 시간 잠과 싸우며 당신이 만나고자 했던 작은 평화와 마주하지 않았는가


각기 다른 장소에서. 새벽 한 시.
매거진의 이전글 no7. 나를 소개합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