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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 May 17. 2024

왼손 발이 준 선물

5화 꿈을 키워 가다


대학생활의 로망과  캠퍼스를 누비며 지내는 꿈을 기대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오티에 참석한 그날  

한 친구가 내게 다가왔다.


" 안녕? 난 03학번 박블배라고해..   “ 니 이름은 뭐야?     

 

소극적인 태도였지만 그렇게 그 친구가 첫 인연을 맺었다. 그 친구는 활발하고 장애가 있어도 당당했다. 그렇게 그날 이후  난 대학교에서 많은 사람들을  사귀게 되었고 동호회도 들면서 즐겁게 생활하고 공부했었다.  난 그때  나의 활발한 모습이 있다는 걸 처음 발견 하게 된 것 같다.  

대학수업이 시작되는 첫날 휠체어를 타고 자연스럽게 들어오시는 교수님이 계셨다.  내가 다니는 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며 교육하고 인재를 키우는 학교였다. 그래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게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그곳은 장애인들의 천국이었다. 거기에서  나는  비장애인였고 장애와 차별, 왕따는 문제가 되는 곳이 아니었다. 장애인 관련 공부하면서 나는 나의 비전에 대해서 관심을 갖기 시작했으며   장애에 대한  시각을  달리 보기 시작했다. 그래서 직업을 통하여 사회적 약자를 위해  도울 수 있는 나의 꿈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있구나.


  

대학생활은 내 삶의 목적과 이유를 변화시켰으며 넓어진 시야는 지난 과거 나의 슬프고 두려웠던  시간을 잠시 잊게 해 주었다. 그렇게 나의 꿈속에 그림을 그려 나가기 시작하며 상처는 아물어 가는 듯했다.   


공부를 하다 보니 심리학 쪽에 관심이 생겨 그쪽분야로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전공하고 있는 분야로는 가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전과나 편입 복수전공이 필요했었다. 그리고 분야도 세부적으로 나누어져 있었기 때문에 어떤 공부를 하냐에 따라 오랜 수련과정이 필요해서 학사 석사 박사과정과 경력 경험이 필요했다.  꼭 박사과정까지 배우지 않아도 되지만 그만큼 노력이 필요한 분야였고 돈을 벌 수 있는 기회보다 공부를 해야 하는 시간이 더 많을 수도 있다는 것을 감수하고 준비를 해야 했다. 나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함이 올라오기 시작하면서 아물어 갔던 나의  상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나는  그렇게 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  안전한 졸업장을 택했다.   첫 입학 후 초창기 학교가 너무 멀어 기숙사 생활을 하였지만 가족이 그리워서 먼 거리를 통학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통학이라는 것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닌데   몸이 비장애인 보다 더 취약했던 나는 그 부담감을 안고 4년이란 시간을 견디기 위해 더욱더 약했던 나의 체력을 보완하고  또 수업시간을 최대한 덜 부담 되게 조절하였다. 그렇게 1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과 약을 받으며  잘 견디는 줄 알았는데…


눈을 잠시 감고 뜬  잠깐의 찰나의 순간 다시 아픔도 찾아왔다.   


마지막 학기 졸업준비를 치렀던 시험 보는 어느 날


중학교 시절 면접시험을 보기 위해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던 그날 기억이 다시 떠오르며   갑자기 느낌과 정신이 이상했다.  다시 또  나의 뇌전증 증상이 재발한 것이다. 그날 시험은 산산조각 났다. 전날 밤을 거의 새우면서 열심히 공부했던 내 머릿속에 데이터는 모조리 삭제되었고  뭐라고 작성했는지 거의 백지상태로  답안을 제출하였다. 정기 검사를 받으며 의사 선생님과 상담했을 때 5년 이상 나타나지 않으면 완치라고 생각해도 괜찮다고 하였다. 4년 가까이 아무 일이 없었고 이제 나도 완치될 수 있구나..  기대도 있었다.  그런데 나의 기대는 다시 숲으로 돌아갔다.


그렇게 나는 도전보다 안전함을 택하며 가고 싶었던 나의 꿈을 내려놓고 취업에 문을 두드렸다.  취업에 문이 다행히 어렵지 않게 열였으나  사회에 나와 전공과 무관한 일을 해보니 이 길은 네 길이 아니다.라는 생각에 확신이 들었다. 그래서 그때 용기가 없어  시도하지 못한 심리 공부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고민했고 교회 나가 기도 하며

대학원에 진학하기로 결심했었다.


나름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준비하고 있었고 대학원에 진학하면 부모님의 반대가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돈을 벌어 내 힘으로 가기로 마음을 먹었었다. 늘 나의 몸을 걱정했던 우리 부모님은 내가 순탄하고 안정되게 직장 생활하기를 바랬었다. 그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내 직장 생활하면서 늘 갈급했으며  행복하지 않았기에 그런 마음으로  신중히 고민 끝에 결정한 나의 계획이었던 것이다. 나는 내가 노력하면 그대로 흘러갈 줄 알았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 생각은 다르게 흘러가기 시작했다.


대학원을 들어가기 위해 돈을 벌고  기본 자금을 마련하여 공부를 하고 준비하여 꿈을 이뤄보자.라는 목표로 생활하며 지내고 있을 때쯤..


한통에 연락이 나에게 왔다.


 안녕하세요. 여기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입니다..  자리가 나왔는데 혹시 지원하실 생각 없으신가요?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은 장애인들이  직업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며  취업으로  사회 나아갈 수 있도록 다리 역할을 해 주는 업무를 맡고 있다. 내가 그곳에 등록이 되어 연락이 온 것이다. 전혀 생각하지 않은 한통에 전화는  돈을 모아 공부를 하려는 목표가 있었던 나에게 좋은 기회라 생각하여 지원하게 되었다. 그 회사는 임시직을 뽑았기에 일 년만 일하고 그만둘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별생각 없이 입사한 회사를 지금까지 다닐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었다.


앞으로 펼쳐질 미래의 일을 알지 못한 채  

그렇게 내 머릿속 나의 그림을 그리고 행복할 것이라 믿으며 마음먹은 그 길을 가보겠다.

전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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