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발이 준 선물
“ 이봐. 학생 엘리베이터 타지 말고 걸어 당겨..
내가 대학교 때 통학하면서 지하철을 이용하시는 할머니들에게 늘 들었던 소리였다. 나는 그 말이 너무 듣기 싫었다. 왜냐하면 내가 불편해서 엘리베이터 타는데 왜 저 할머니들은 내 겉모습만 보고 늙었다는 이유를 강조하며 핀잔주는지 할머니의 말투가 언짢았던 것이다.
“ 저 할머니 말 하는 거 화딱지나 죽겠네...
나도 다리가 쉽게 아프고 힘들어서 엘리베이터 타는데 …
노약자만 타야 되나? 나도 장애인인데?
속으로 또는 친구한테 이야기하며 답답함을 토로하였다. 그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그 할머니의 마음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가끔은 종종 버스를 타면서도 이상하게 당당하게 타지 못했다. 버스카드가 아닌 복지 카드를 내밀면서 버스 기사 아저씨가 뭐라고 할까? 괜히 신경 쓰였던 것이다. 그 이유는 복지 카드를 보여 줄 때마다 아래위로 훑어보거나 이상하다는 눈빛을 보내며 간혹 성격이 안 좋으신 아저씨는 한 마디씩 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럴 때마다 늘어놓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간혹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통과해야 했다. 그때마다 들었던 생각이었다.
보기에 멀쩡해도 보이지 않는 신체적인 아픔과 불편함이 있어요.
“알지도 못하면서 함부로 이야기하지 마세요..
라고 말이다.. 나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보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일들이 많았고 걸어가다가 넘어지는 일이 많아서 아프지 않은 날 보다 아픈 날이 더 많았다. 대학생이 되고 난 이후부터는 많은 친구를 사귀는 것보다 장애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친구들이 편해졌고 친구 많은 사람들이 크게 부럽지 않았다. 예전 어린 시절에는 왕따 당하는 게 싫었는데 점점 혼자 있는 게 더 편해지고 좋았다. 오히려 나의 장애는 눈에 띄는 장애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을 때 하지 못하는 것이 더 답답하고 속상했다. 그럴 때면 난 나 스스로 나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와 극복한 사람들의 모습들을 책이나 유튜브를 찾아보면서 저런 사람들도 저렇게 살아가는데..
“나는 저 사람들에 비해서 행복한 거야..
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에게 관대하지 않았다.
내 아픔도 소중한데 나 스스로
"이까지 것 가지고 아파?
너보다 심한 사람들도 잘 극복하는데 이것도 못 하니?
라고 생각한 것이다.
장애가 있어도 열심히 살아가야지 그 마음을 억지로 가졌던 것 같다. 그때는 잘 몰랐다. 장애가 있고 없고 보이고 안 보이고를 떠나서 나의 몸에 정상적인 몸이 아닌 다름이 있다면 힘들어해도 된다는 걸 말이다. 그렇지만 대학 생활을 하고 공부를 하면서 나의 문제보다 우리나라가 장애를 바라보는 시각이 그 당시 선진국의 수준보다 훨씬 부족하고 갈길이 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직장 생활하며 경험했던 유쾌하지 않은 기억이 있다면 휠체어가 필요한 장애인 또는 노약자들에게 제공해 주는 회사에 다닌 적이 있었다. 그곳은 아주 작은 개인 회사였는데 복지관을 뚫어 필요한 시설 및 개인에게 필요 여부를 확인하여 지원해 주고 나라의 지원을 받아 운영을 하고 수익이 남기는 구조였다. 그래서 휠체어를 많이 제공하는 것이 유리했다. 그래서 그런지 그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람은 걸을 수 있는 나에게 보행의 어려움을 갖고 있다고 거짓 행위를 하라고 제시를 하였다. 나는 그 회사를 다니는 것이 너무 부끄러웠다. 다행히 오래 다니지 않고 그 회사를 그만두었지만 나에게 잊을 수 없는 불편한 기억으로 남아 있었던 사건이었다.
그때는 눈치 보고 자신이 없었지만 지금은 당당하게 이야기할 수 있다.
"나도 힘들어요..
" 겉모습으로 보고 판단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