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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 J Apr 05. 2022

경력을 포기한다는 것은..

선택지가 없다는 것은 참 서글픈 일이다.

카톡방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육아와 현업을 하는 친구인데 요즘 자기주장 강한 아이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평소라면 그냥 힘내라고 말았을 텐데.. 내 손을 멈칫하게 만든 문장이 있었다.


"그냥 모두가 날 돕고 있는데도 모두가 내 앞길, 내 꿈을 막는 것 같아"




뭐 나도 그랬다. 임신한 시기에 가고 싶었던, 원했던 곳에서 오퍼가 왔으나 임신 했다는 말에 어렵겠다고 이야기 들었던 그 날 그랬다. 아주 조금 울었던 그 날 '앞으로는 이런 일이 많겠지'라는 깨달음을 얻었다. 2호선 출퇴근길은 언제나 사람들로 많았고, 제각기 바쁜 사람들은 타인에게 눈을 돌릴 여유가 없었다. 그건 젊거나 나이가 많거나 여자거나 남자거나 이런거랑 상관없는 평범한 도시 생활의 모습이였다. 누군가가 앉아있는 임산부 좌석 앞에서 임산부 뱃지를 보이며 양보를 받기는 싫었다. 그래서 누군가 앉아있으면 노약자 석으로 발길을 돌려 앉아가곤 했다. 앉아서 퉁퉁 부운 발을 보고 있었는데 누군가 크게 소리를 냈다.

"젊은 사람이 여길 왜 앉는거야."'

고개를 들어보니 할아버지 한분이 앞에 계셨다. 사람들의 시선이 주목되었고, 나는 임산부 뱃지를 보이며 이야기를 했다. 여기는 임산부도 앉을 수 있는 자리에요.


회사 복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육아휴직을 쓰게 되었을 때도 그랬다. 계약직처럼 기한이 정해져있던 내 수입의 끝자락을 바라보며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을 해봤다. 1n년이상 이 쪽일만 해왔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하기사 내가 만났던 워킹맘들은 '갑'에 있었다. 포기하기엔 경력이 아까웠다. 그래도 뭐라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지만.. 그게 되질 않았다. 그렇게 난 경단녀가 되었다.




주변에서 안타까워했지만 애는 그럼 누가봐. 양가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각자 삶이 있으셨다. 일을 하고 계셨기 때문에 현업 하시던 걸 포기하고 올라오시라고 이야기 할 수도 없었고, 그렇게 이야기 하기도 부담스러웠다. 아이가 사랑스러워지는 만큼 내 안에 커리어에 대한 욕구가올라오곤 했다. 동시에 죄책감도 들었다. 아무도 나에게 뭐라 하는 사람은 없었지만 동시에 그런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해주는 사람도 없었기에 그냥 치열한 다툼이 내면에 있곤 했다. 그 다툼은 때로는 표출되어서 울음이 되기도 했고, 때로는 한숨으로 때로는 배우자와 무알콜 맥주 한캔 뜯으며 하는 수다가 되곤 했다.


경력을 포기했다. 하지만 경력을 포기했다고 해서 일을 하지 않기로  것은 아니다. 무엇을 할수 있을지 고민을 하고 찾아보기로 했다. 배우자는 사람이 없어도   있는 무언가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물었다. 임신  종종 비누를 만들었는데 그런 것을 해볼까. 집에서 종종 만들어 먹는 쿠키와 케이크 같은 디저트류는 어떨까. 아니면...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고갔지만 모두 기각. 이미 레드오션이다.  이곳에서 살아남을 자신이 없다. 일단 일은 나중에 하더라도 자격증은 따보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뭔가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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