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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Apr 28. 2022

스케이트 첫 도전기 1

지난주 일요일 아들을 데리고 빙상장에 갔다. 스케이트를 한 번도 타본 적 없는 나와 스케이트를 두 번 타본 아들과의 동행. 우리만 가는 것이 아니라 작년부터 스케이트를 배운 아들의 친구와 피겨스케이트를 배운 언니와도 함께 갔다.      


어렸을 때 집 앞 저수지에서 아빠가 만들어준 썰매를 타본 게 전부인 나로서는 새로운 운동을 해본다는 설렘보다는 걱정이 앞선다. 아들과 빙상장을 함께 갔던 남편이 얼음 위에서 서 있는 게 얼마나 힘든지, 자신이 얼마나 많이 넘어졌는지를 수차례 떼어낼 수 없는 훈장처럼 조잘거렸다. 

     

아들 앞에서의 망신보다는 나의 엉덩이가 걱정되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유튜브로 스케이트 타는 법을 검색하기였다. 초보자를 위한 스케이트 타는 법에 관련된 동영상을 보고, 양말을 신고 거실 바닥이 빙판인 것처럼 걸레질하듯 휘젓고 돌아다녔다. 이것도 부족해서 선수들이 하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해댔다. 나의 열의가 자신의 이해 밖이었던지 남편은 ‘스케이트 대회를 나가냐고’ 핀잔을 주고 한마디 덧붙였다.      


“넘어지면서 배우는 거지, 장갑 잘 끼고, 넘어질 때만 조심해. 다른 사람 부딪히지 말고.”   

  

내가 당연히 넘어질 거라고 생각한 남편의 말에 나의 가슴 저 밑바닥에 늘어 붙어 있던 ‘하면 된다’라는 근성이 꿈틀거렸다.      


‘기어코 김연아처럼은 아니더라도 그대(남편)보다는 훨씬 잘 탈 거야.’  

   

나의 경쟁상대는 다른 누구도 아닌 남편이었다. 가끔 이상하게 나는 운동을 하는 데 있어서 투지가 샘솟을 때가 있다. 미친 듯 땀을 흘리지 않으면 이런 마음이 누그러지지 않을 정도이다. 아마도 초등학교, 중학교 때 육상부로 활동했을 희미하게 남아 있는 승부근성이 꿈틀거리는 것은 아닐까?    

 

정신을 무장하고 빙상장에 갔다. 차를 운전하면서도 아들에게 끊임없이 스케이트 잘 타는 법에 대해서 설교를 늘어놓았다. 연애를 책으로, 운전을 책으로 배운 것처럼 간접 경험을 통한 지식을 떠들어 댔다. 엄마의 유익한 잔소리가 조금은 질린 지 아들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엄마, 해보고 얘기하자.”      


순간 이미지 트레이닝으로 수 백번 스케이트를 타보기만 한 내 마음이 뜨끔했다. 아들의 한 마디에 조용해진 나는 빙상장 주차장에 도착할 때까지 소리 없이 운전만 했다. 입장료와 대여료를 내고, 사이즈 240 스케이트를 빌려 빙상장으로 향했다. 두 개의 문이 차례대로 있는 문을 하나씩 열 때마다 차가운 공기가 밖으로 밀려 나온다.   

   

춥다. 과연 나는 스케이트를 잘 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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