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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May 11. 2022

아들이 유머를 하면 추워진다.

남편, 아들, 저. 이렇게 세 사람은 외향적인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 세 사람이 공통적으로 누군가와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리고, 새로운 만남을 어려워합니다. 이런 영향 때문인지 삶의 즐거움 중 하나인 유머감각이 잘 발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남편과 저는 서로를 웃길 의도로 어떤 말을 던지면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헛헛'한 웃음 아니 비웃음을 날리는 편입니다. 


엄마, 아빠의 유전적, 환경적 영향의 범위에 해당되어 있는 일곱 살 아들. 저희와 결이 비슷한 유머를 가끔 합니다. 웃기기보다는 어처구니없어서 아들의 농담에 반응하면 아들은 한 달 내내, 자기와 친한 어른들에게 꼭 한 번씩 써먹기도 합니다. 남중, 남고, 공대를 나온 남편은 늘 걱정합니다. 아들의 썰렁한 유머로 과연 미래의 여자 친구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지를....... 전 늘 얘기합니다. '자기야, 자기도 결혼했어.' 제 한 마디에 남편은 작은 희망을  피웁니다. 


 오늘은 최근에 아들이 꽂힌 농담 두 개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나: 쫑, 너 엄마, 말하는 데 말꼬리 잡지 마!

아들: 말~~~ 꼬리. 따그닥, 따끄닥, 말꼬리를 어디서 잡아야 하나?  


두 번째 

나: 쫑아, 엄마 요즘 요가했더니 종아리 살이 빠진 것 같지?

아들: 아니, 지방이 들어있어.

나: 뭐? 지방?

아들: 아니다. 엄마, 종아리에는 지~방~선~거가 들어 있대요.


그나마 말꼬리는 열흘 정도 하다가 그만두었는데, 지방선거는 지방선거가 끝날 때까지 할 작정으로 보입니다. 오며 가며 보는 '지방선거' 문구를 보기만 하면 '엄마 종아리에는 지방선거가 들어 있대요.'를 외쳐댑니다. 지방선거일을 이토록 기다려 본 적이 없는 것 같네요. 6월 1일......... 정말 기다려지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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