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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좋은아침 May 12. 2022

꿈, 꿈, 꿈

아침에 이루는 기적을 꿈꾸며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행위 자체는 기적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버렸네요. 가끔 의도치 않게 일어냐  시간보다 눈이 일찍 떠지기도 합니다. 오늘이  그런 날이네요. 다섯 시에 맞추어진 손목시계 알람이 진동을 내기도 전에 일어났으니까요.      


어제 요가를 무리해서 두 시간을 했더니 어젯밤 8시가 조금 넘으니 침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함께 놀아달라는 아이와 잠깐 놀아주고, 예상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밥을 차려주니 잠이 더 고팠지요. 남편과 몇 마디를 나누고 수면욕을 이기지 못해, 아들과 이를 닦은 후 침대에 누웠습니다. 침대에서 아이와 분명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화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근육통에 시달리는 몸으로 푹잔것일까요? 푹 자다가 새벽에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전날 아들과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책이 제 꿈에 영향을 미쳤나 봅니다. 눈이 내리려면, 겨울이 되려면 한 참 먼 시간 속에 있는 아들은 책을 읽자마자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주 전 장난감 가게에서 본 뱀 장난감이었습니다. 리모컨으로 조정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특징인 그런 장난감입니다. 각종 벌레 앞에서는  공포심을 느낄 수 없는 저는 뱀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하고, 한 없이 작아지는 그런 사람입니다. 뱀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유리로 된 통 안의 뱀조차 보기를 싫어합니다.      


진짜 뱀처럼 보이는 고무로 만든 뱀 장난감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혐오하는 장난감입니다. 제게 누군가 뱀 장난감을 던진다면 전 아마도 제가 낼 수 있는 화를 온 힘을 끌어 몰아낼 것입니다. 뱀 태몽을 가지고 태어난 제가 뱀을 가장 싫어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의아해하십니다. 어머니의 논리로는 뱀 태몽을 갖고 태어났으면 뱀을 좋아하지는 못해도 싫어는 하지 않을까이십니다. 뭐, 이건 어머니의 논리이니 뭐라 할 말은 없네요.     

 

어렸을 때부터 가장 싫어하는 것이 꿈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뱀은 이상하게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아마도 제 머리 어느 구석에 뱀에 대한 이미지가 강렬해서 그게 꿈으로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꿈 내용은 이렇습니다. 정확하게 색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노란색이지 싶습니다. 잠을 자고 있는데 커다란 노란 뱀이 지나가는 게 보였습니다. 뱀은 재빠르게 의자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라진 뱀을 보고 다소 안심을 하고 있는 찰 나, 의자 밑에 있던 뱀이 저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어서야 하는데 일어날 수 없는 제 몸, 아무리 두 손을 바닥에 짚고 일어서려 해도 일어나 지지 않았습니다. 뱀은 제 허리 쪽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일어설 수 없는 제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허리를 ‘으악’ 소리를 내며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깼습니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남편도 깼습니다.     


분명 꿈에서 허리를 들어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저는 온 힘을 다해 침대 위에서 허리를 들어 올렸더군요. 너무 세차게 들썩 거렸는지 남편이 깨버렸습니다. 거기다 있는 힘껏 제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행히 아들은 깨지 않았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어렸을 때 뱀을 징그러운 것이 아니라 그냥 귀엽게 받아들였다면 뱀이 등장하는 꿈을 좋아하지 않았을까라고.... 제 생에 딱한 번 뱀이 등장하고도 기분 좋은 꿈이 있었습니다. 꿈속에서 오색찬란한 작은 뱀들이 조용하게 흐르는 시냇물에 떠내려오고 있었습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기분 좋게 손으로 뱀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일 년 후 아들이 태어났지요. 혹시나 아들이 저처럼 뱀을 싫어할 까 봐 뱀에 대한 제 공포를 꾹꾹 누르며 아들에게 뱀 사진을 보여 주며 귀여운 존재라고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미 전 뱀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해서 바뀔 수 없지만 아들은 아무런 편견 없이 ‘뱀’을 받아들였으면 해서요.     


사람도, 동물도, 세상에 있는 모두 존재를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는 것 정말 힘든 일이지 않나 싶네요. 제게 어떠한 해도 한 번도 끼친 적 없는 뱀이 저한테 이토록 미움을 받는 걸 보니 괜히 뱀에게 미안해집니다. 그래도 꿈에는 정말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 때문에 새벽 5시에 잠이 달아난 남편은 다시 잠들 수 없어서 그냥 출근했습니다. 남편에게도 미안한 아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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