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이루는 기적을 꿈꾸며 미라클 모닝을 시작한 지 일 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는 행위 자체는 기적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버렸네요. 가끔 의도치 않게 일어냐 할 시간보다 눈이 일찍 떠지기도 합니다. 오늘이 딱 그런 날이네요. 다섯 시에 맞추어진 손목시계 알람이 진동을 내기도 전에 일어났으니까요.
어제 요가를 무리해서 두 시간을 했더니 어젯밤 8시가 조금 넘으니 침대 생각이 간절했습니다. 함께 놀아달라는 아이와 잠깐 놀아주고, 예상보다 일찍 퇴근한 남편에게 밥을 차려주니 잠이 더 고팠지요. 남편과 몇 마디를 나누고 수면욕을 이기지 못해, 아들과 이를 닦은 후 침대에 누웠습니다. 침대에서 아이와 분명 대화를 나누었는데 대화의 내용이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네요. 근육통에 시달리는 몸으로 푹잔것일까요? 푹 자다가 새벽에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아마도 전날 아들과 존 버닝햄의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는 책이 제 꿈에 영향을 미쳤나 봅니다. 눈이 내리려면, 겨울이 되려면 한 참 먼 시간 속에 있는 아들은 책을 읽자마자 받고 싶은 크리스마스 선물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몇 주 전 장난감 가게에서 본 뱀 장난감이었습니다. 리모컨으로 조정해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이 특징인 그런 장난감입니다. 각종 벌레 앞에서는 공포심을 느낄 수 없는 저는 뱀 앞에서는 한없이 초라하고, 한 없이 작아지는 그런 사람입니다. 뱀 사진은 물론이거니와 유리로 된 통 안의 뱀조차 보기를 싫어합니다.
진짜 뱀처럼 보이는 고무로 만든 뱀 장난감은 제가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을 넘어서 혐오하는 장난감입니다. 제게 누군가 뱀 장난감을 던진다면 전 아마도 제가 낼 수 있는 화를 온 힘을 끌어 몰아낼 것입니다. 뱀 태몽을 가지고 태어난 제가 뱀을 가장 싫어하는 것을 보고 어머니는 의아해하십니다. 어머니의 논리로는 뱀 태몽을 갖고 태어났으면 뱀을 좋아하지는 못해도 싫어는 하지 않을까이십니다. 뭐, 이건 어머니의 논리이니 뭐라 할 말은 없네요.
어렸을 때부터 가장 싫어하는 것이 꿈에 등장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특히, 뱀은 이상하게 자주 등장하는 편입니다. 아마도 제 머리 어느 구석에 뱀에 대한 이미지가 강렬해서 그게 꿈으로 나오지 않나 싶습니다.
꿈 내용은 이렇습니다. 정확하게 색은 기억나지 않지만 아마도 노란색이지 싶습니다. 잠을 자고 있는데 커다란 노란 뱀이 지나가는 게 보였습니다. 뱀은 재빠르게 의자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사라진 뱀을 보고 다소 안심을 하고 있는 찰 나, 의자 밑에 있던 뱀이 저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어서야 하는데 일어날 수 없는 제 몸, 아무리 두 손을 바닥에 짚고 일어서려 해도 일어나 지지 않았습니다. 뱀은 제 허리 쪽을 향해 돌진했습니다. 일어설 수 없는 제 몸을 어떻게든 움직이기 위해서 온 힘을 다해 허리를 ‘으악’ 소리를 내며 들어 올렸습니다. 그리고 저는 깼습니다. 그리고 깊은 잠에 빠져있던 남편도 깼습니다.
분명 꿈에서 허리를 들어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실제 저는 온 힘을 다해 침대 위에서 허리를 들어 올렸더군요. 너무 세차게 들썩 거렸는지 남편이 깨버렸습니다. 거기다 있는 힘껏 제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다행히 아들은 깨지 않았습니다.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어렸을 때 뱀을 징그러운 것이 아니라 그냥 귀엽게 받아들였다면 뱀이 등장하는 꿈을 좋아하지 않았을까라고.... 제 생에 딱한 번 뱀이 등장하고도 기분 좋은 꿈이 있었습니다. 꿈속에서 오색찬란한 작은 뱀들이 조용하게 흐르는 시냇물에 떠내려오고 있었습니다. 하나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서 기분 좋게 손으로 뱀을 잡았습니다. 그리고 일 년 후 아들이 태어났지요. 혹시나 아들이 저처럼 뱀을 싫어할 까 봐 뱀에 대한 제 공포를 꾹꾹 누르며 아들에게 뱀 사진을 보여 주며 귀여운 존재라고 어렸을 때부터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이미 전 뱀에 대한 고정관념이 강해서 바뀔 수 없지만 아들은 아무런 편견 없이 ‘뱀’을 받아들였으면 해서요.
사람도, 동물도, 세상에 있는 모두 존재를 있는 그래도 받아들이는 것 정말 힘든 일이지 않나 싶네요. 제게 어떠한 해도 한 번도 끼친 적 없는 뱀이 저한테 이토록 미움을 받는 걸 보니 괜히 뱀에게 미안해집니다. 그래도 꿈에는 정말 나오지 않았으면 합니다. 저 때문에 새벽 5시에 잠이 달아난 남편은 다시 잠들 수 없어서 그냥 출근했습니다. 남편에게도 미안한 아침입니다.